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천년숲길 맨발걷기

이철우 경북도지사(맨앞 왼쪽 두번째)가 도청 직원들과 천년숲을 맨발로 걷고 있다. 경북도 제공
이철우 경북도지사(맨앞 왼쪽 두번째)가 도청 직원들과 천년숲을 맨발로 걷고 있다. 경북도 제공
배성훈 경북본사장
배성훈 경북본사장

경상북도 청사에서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는 이철우 지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침 출근길이나 점심시간, 늦은 저녁 시간 중 하루 한 번은 '맨발의 청춘'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맨발 걷기는 이 지사가 신봉하는 건강관리 비법이다. 이 지사는 맨발로 자연의 흙길을 밟는 걷기가 가장 값싸고 쉬운 무병장수의 해법이라고 강조한다. 이 지사가 맨발로 즐겨 찾는 곳은 도청 길 건너편에 있는 천년숲길이다. 이 지사 지시로 이곳 산책로에는 황톳길과 마사토 길을 함께 마련해 놓았다.

흙을 밟으면 땅과 연결되고 동시에 함께하는 사람과도 이어진다. 몸은 물론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이 도지사는 직원들과 함께 걸으면서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함께 걷는 시간을 통해 업무 등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농업대전환, 광역비자, 대구경북신공항 등 민선 8, 9기의 굵직굵직한 사업의 아이디어들이 황톳길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황톳길 맨발 걷기 참여자는 직원들만이 아니다. 공부 모임인 '화공' 강사나 경북도청을 찾는 중앙부처 공무원, 업체 관계자들은 이 지사와 함께 황톳길을 걷는 '맨발러'가 된다. 인근 주민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이곳에 자주 찾아온다. 밤이면 많은 사람들이 조명이 켜진 숲길을 맨발로 줄지어 걷는 장관도 벌어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맨발 걷기는 '지압'과 '접지'(Earthing) 효능을 통해 건강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맨발 걷기가 나를 살렸다'의 저자인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은 22년간 맨발 걷기를 전파해 왔다. 그는 책에서 언제 어디서나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접지권'을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로 확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행복 호르몬' 세르토닌을 주창해 온 이시형 박사는 "맨발 걷기는 뇌를 자극하는 데 가장 적절한 운동"이라며 "맨발 걷기는 뇌 건강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력을 높여주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는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맨발의 청춘'을 누릴 만큼 정정하다.

경북도청 천년숲길뿐만 아니라 포항에서도 맨발 걷기 명소가 확산되고 있는 점은 반길 일이다. 포항시는 주민 생활권과 가까운 도시숲, 수변공간에 '맨발로(路)' 30곳을 조성했다.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맨발 걷기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400명으로 시작한 '맨발 학교' 회원들이 3천 명으로 늘어날 만큼 맨발 걷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 강남 대모산에서도 무료 프로그램인 '맨발걷기숲길힐링스쿨'을 통해 맨발 걷기 마니아들이 배출되고 있다.

올해 경북 포항 송도 해수욕장에서 열린
올해 경북 포항 송도 해수욕장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맨발 걷기 축제' 참가자들이 맨발로 해안가를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비치코밍을 하고 있다. 이번 축제는 맨발 걷기를 통해 건강 생활 실천을 유도하고 걷기 좋은 녹색도시 포항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우리나라는 전국 어느 도시에 가든 크고 작은 산들이 많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숲길이 전국에 깔려 있다. 하지만 매일매일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에서 맨발 걷기를 할 수 있는 숲을 찾아가기는 쉽지 않다. 언제든지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길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해 부임한 구윤철 경북문화재단 대표이사는 경북 22개 시군 일터와 집 주변에 황톳길을 까는 구상을 하고 있다. 중앙부처 근무 시절 스트레스로 고생한 그는 맨발 걷기를 통해 쉼과 치유의 삶을 느끼고 있다. 1년 전부터 맨발 걷기에 동참한 필자도 구 대표이사의 '황톳길 구상'이 성큼 앞으로 나아가도록 한걸음을 보탠다. 숲길 맨발 걷기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최적,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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