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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임신한 레즈비언 부부 나왔다…정자 기증 받아

한국인 레즈비언 부부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임신 사실을 공개하고 나섰다. 에세이
한국인 레즈비언 부부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임신 사실을 공개하고 나섰다. 에세이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저자로 지난 2019년 동성의 연인과 정식 부부가 된 김규진씨가 주인공이다. 김 씨 인스타그램 캡쳐

한국인 레즈비언 부부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임신 사실을 공개하고 나섰다. 에세이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저자로 지난 2019년 동성의 연인과 정식 부부가 된 김규진씨가 주인공이다.

지난달 30일 김규진씨는 SNS를 통해 "'한국 국적 유부녀 레즈비언'이라는 자기소개를 한 지 4년이 됐다"며 "곧 단어 하나를 추가할 예정이다. 저 임신 8개월이다"라고 밝혔다.

한겨레의 단독 인터뷰에 따르면 김 씨 부부는 벨기에의 한 난임병원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수정을 했다. 그는 현재 거주하는 프랑스에서 시술받을 예정이었지만 정자를 구할 수 없어 벨기에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 부부는 한국에서는 법적 부부가 아니다. 부부나 부모로서 법의 보호나 혜택 등을 누릴 수 없다. 이번에도 한국의 경우 정자 기증자를 찾기 힘들 뿐 아니라 법적 부부나 사실혼 이성애 부부에게만 정자를 제공하고 있어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불행은 내 대에서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선택한 가정에서 행복을 느꼈다. 제가 행복하니 자녀도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그리고 무엇보다 언니가 나보다 더 좋은 엄마가 돼 줄 것 같았다"고 전했다. 부부는 출산 후 평범하게 산후조리원에 입소해 몸조리를 할 예정이다.

김 씨 부부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만약 아이가 '아빠가 없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면 이민까지 고려하고 있다.

김 씨는 '아이의 미래가 걱정된다'며 우려를 가장한 독설을 내뱉는 이들에게 "그들의 두손을 잡고 '그럼 당신이 도와주면 되겠다'고 말하고 싶다"며 "그분들이 도와주면 좋은 사회가 빨리 올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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