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탤런트 겸 성우 박규채 씨가 1일 별세했다.
향년 85세.
영화계 등에 따르면 고인은 이날 오후 1시 5분쯤 숨을 거뒀다.
고인은 최근 폐렴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1938년 강원 속초 태생인 고인은 서울 양정고와 고려대 농학과(58학번)를 나와 국립극단에서 연극 배우로 연기를 시작했다. 또 1961년 MBC 성우극회 1기 성우로 활동했고, 1962년엔 한국방송공사(KBS) 전신 서울중앙방송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이어 1981년 방영된 MBC 드라마 '제1공화국'에서 이승만 정권의 2인자 이기붕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널리 알렸다.
또한 이 드라마 시리즈인 '제2공화국'에서도 이기붕 역을 맡았고, '제3공화국'과 '제5공화국'에도 잇따라 출연했다.
1982년 출연한 MBC 드라마 '박순경'은 고인이 박순경 역을 맡아 1983년 한국방송대상에서 TV연기상을 수상, 특기할 만한 작품이다.
고인은 지난 2005년 모교인 고려대 100주년 기념 연극 '당나귀 그림자 소유권에 관한 재판' 출연 당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박순경을 꼽으며 "당시 배역과 성도 같고(같은 박씨) 성격도 비슷해서 몸에 꼭 맞는 옷 같았다"고 하기도 했다.
이어 고인은 MBC 드라마 '전원일기' '조선왕조 오백년' '마포 무지개' '폭풍의 계절' SBS 드라마 '삼김시대' '코리아게이트' 등 여러 인기 드라마에 출연했다.
가장 최근작은 2007년 방영된 SBS '연개소문'이다.
▶그러고 보면, 현대사를 다룬 '공화국 시리즈'와 역사 속 정치 상황을 주로 다루는 사극들 등 과거와 현재를 막론한 정치 드라마에 꽤 출연했던 셈이다.
이어 고인은 현실 정치에도 간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1987년 13대 대선 때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후보 지지 찬조 연설을 하며 요즘은 흔해진 연예인들의 정치인 지지 초기 사례를 썼던 것.
이와 관련, 고인은 지난 2008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1990년대부터 브라운관(TV)에서 얼굴 보기가 힘들어진 적이 있다"는 질문에 "김영삼 후보 지지 연설을 하는 바람에 MBC에서 쫓겨났다. 그러고 나서 아무것도 못 했다. 집도 팔아먹은 채 셋방살이를 했다"며 "당시 문화예술인으로는 유일하게 저만 야당 후보를 지지했다. 그래서 제 2의 박규채를 못 나오게 하려고 방송국에서 나를 자른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고인의 야당 후보 지지에 따른 '후폭풍'은 당시 정치권과 문화예술계가 함께 주목했다.
이에 고인의 YS(김영삼) 후보 지지 7개월 후쯤인 1988년 6월 한 언론에서는 고인의 사정을 두고 '정치적 실업'이라는 제목을 단 보도를 내면서 '수입원이 뚝 끊겨 25년 동안 살던 서울 은평구 응암동 집을 팔려고 내놨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보도에서는 고인과 인터뷰를 갖고 '그럼에도 연기를 계속할 것인지' 물었는데, 고인은 "연기는 내 30년 인생을 바친 천직이다. 언제 다시 출연할지 모르지만, 결코 포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인은 13대 대선 다음 14대 대선을 통해 출범한 김영삼 정부의 후반기인 1997년 영화진흥공사 사장으로 임명돼 1년여 동안 재임하기도 했다.
빈소는 경기 안산 단원병원 장례문화원. 발인은 3일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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