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여름철, 반려견 잡는 과일들

과일씨 조심!…감 자두 복숭아 달콤한 단내 후각 유혹
사람이 남긴 과육 큰 어려움 없이 꿀꺽…딱딱하고 날카로운 씨, 원형 이물로 돌변
삼키면 안 돼!…위점막 자극하다 소장 진입 땐 장폐색 유발
식도 내경보다 작으면 구토 유발 약물 투여…너무 크면 위·장 절개해야 할 수도

여름철 반려견들이 감, 자두, 살구, 복숭아 씨를 먹고 장폐색으로 이물제거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름철 반려견들이 감, 자두, 살구, 복숭아 씨를 먹고 장폐색으로 이물제거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입맛 사로잡는 자두와 살구, 복숭아가 출하되는 시기이다. 반려견 건강 측면에서 6~7월, 매우 조심해야할 위험 요소가 있다. 소형 반려견이 감, 자두, 살구, 복숭아 씨를 먹고 장폐색으로 이물제거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감씨 때문에 수술받은 강아지

달이(2.9kg, 포메라니언, 3살)가 내원했다. 어제부터 먹지도 않고 혈변을 보고 배를 아파하는 거 같다며 내원했다. 기본적인 X-ray 검사에서는 특별한 이물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초음파 검사에서 장폐색이 의심되어 CT 검사가 진행되었다. 결국 이물에 의한 장폐색으로 진단되었고 긴급하게 장내이물제거 수술이 진행되었다. 수술을 통해 제거된 이물은 다름 아닌 감씨였다.

그제서야 보호자분들은 며칠 전 단감을 먹은 사실을 이야기했고, 설마 달이가 그 씨를 먹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다행히 달이는 잘 회복되어 퇴원하는 날 가족들에게 과일 씨의 위험성을 누차 강조하며 재발의 가능성이 높음을 당부드려야 했다.

달이처럼 체구가 작은 소형견의 소장의 내경은 불과 8mm에 불과하다. 적출된 단감씨의 직경은 17mm 였으니, 딱딱한 거친면에 의해 소장의 점막이 찢겨지고 있었다.

소형견 달이(2.9kg, 포메라니언, 3살)는 단감씨를 먹고 씨가 소장으로 진입하면서 장폐쇅을 유발하여 혈변과 복통을 호소하여 내원한 경우였다. 장절개수술을 통해 제거한 단감씨(2cm)
소형견 달이(2.9kg, 포메라니언, 3살)는 단감씨를 먹고 씨가 소장으로 진입하면서 장폐쇅을 유발하여 혈변과 복통을 호소하여 내원한 경우였다. 장절개수술을 통해 제거한 단감씨(2cm)

◆개가 과일 씨를 잘 먹는 이유

개가 감, 자두, 살구, 복숭아 씨를 잘 먹는 이유가 있다. 달콤한 단내가 후각을 유혹하기 때문이다. 과일을 먹고 남겨둔 상태이거나, 쓰레기 통에 버린 경우라도, 때로는 산책 중에도 자두와 살구, 복숭아 단내를 인지하면 개는 탐색하고 쉽게 입을 대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인기척이 느껴지면 빼앗길 까봐 얼른 삼켜버리는 경향이 있다. 특히나 과육이 남아있다면 씨의 크기가 크더라도 어려움 없이 삼켜버린다.

◆과일의 씨가 위험한 이유

문제는 씨에 발려져있던 과육은 위산에 의해 금방 녹아버리는 반면, 씨 껍질은 딱딱하고 날카로운 표면을 가진 원형 이물로 돌변해 버린다. 이쯤 되면 구토를 하려해도 배출되기 어렵다. 위점막을 자극하다가 소장으로 진입하는 순간 장 점막 을 찢으며 장폐색을 유발하는 위험한 이물로 작용한다.

체중이 3kg 미만의 초소형견에게는 자두나 살구씨 정도도 위험하다. 씨를 먹은 직후부터 구토 증상을 보이거나 침을 흘리며 안절 부절 못하는 행동을 취하기도 한다. 체중이 5~ 7kg 이상의 소형견이라면 자두나 살구씨 정도는 토해 내기도 하지만, 복숭아 씨는 심각하다.

체중이 3kg 미만의 초소형견에게는 자두나 살구씨 정도도 위험하다.
체중이 3kg 미만의 초소형견에게는 자두나 살구씨 정도도 위험하다.

반려견이 자두와 살구, 복숭아 씨를 먹는다고 하여 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여름철 자두와 살구, 복숭아 씨를 먹은 개가 겨울을 지나 다음 해에 통증을 호소하여 검사를 해보았더니 장폐색으로 진단받고 이물 적출 수술을 받고나서야 오래 전에 먹은 복숭아씨로 확인된 사례도 있다. 위 소화액에 의해서도 자두와 살구, 복숭아 씨는 수개월 이상 녹지 않고 그대로 형태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반려견이 자두나 살구씨를 먹었다고 의심된다면 서둘러 수의사의 검진이 필요하다.

◆장내 이물 검사와 치료 과정

수의사는 X-ray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이물의 크기와 수량, 그리고 그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개의 체형과 흉부 식도의 내경을 고려하여 구토를 유도할 지 신중하게 결정한다. 이물의 직경이 식도 내경보다 클 경우 구토 유발하는 과정에서 식도 천공이 발생하거나 흉부식도에 이물이 걸리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물이 식도 내경에 비해 충분히 작다고 판단될 경우 수의사는 구토를 유도한다.

X-ray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이물의 크기와 수량, 그리고 그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X-ray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이물의 크기와 수량, 그리고 그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동물병원에서 개의 구토 유도는 혈관으로 구토 유발 약물을 투여한다. 2-3회 정도 반복될 수 있다. 구토에 의해 이물이 완전히 제거되었더라도 위내에 이물이 남았는지를 정확히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토를 유발시켜도 이물이 제거되지 않을 경우, 내시경을 통해 이물을 제거하기도 한다. 이 경우 환자견의 안전을 위해서 호흡마취가 동반되며, 흉부식도 내경을 통과할 수 있는 크기의 이물이 제거가능하다. 구토 유도와 내시경을 통해서도 이물제거가 불가 할 경우, 최종 선택은 위 또는 장절개를 통한 이물적출 수술이다. 소형견일수록 소장의 직경이 작기 때문에 이물이 소장을 폐색할 경우 이미 장의 천공과 괴사가 동반되어진 경우가 많다. 수술 후에도 복막염 등의 합병증 치료에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가정에서 구토를 유발시키는 방법

가정에서 개가 먹어서는 안되는 이물이나 독극물을 섭취하였다고 판단되면 가정에서 즉각적으로 구토를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과산화수소수를 먹이는 방법을 추천한다. 동물병원에 도착 전 응급 조치에 해당한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3% 과산화수소수(수용액)를 kg당 1cc (체중 5kg당 1티스푼) 정도 급여한다. 과산화수소수 용량은 주사기 또는 어린이용 투약병을 이용하면 조금 더 쉽게 먹일 수 있다. 과산화수소수(수용액)를 먹인 후에는 상체를 살짝 세운채 배를 마사지해 준다.

위에서 거품 포말이 잘 형성되며 구토를 용이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만일 구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10분 뒤 동일 양을 한 번 더 급여할 수 있다. 두번 이상은 권고하지 않는다. 기력이 현저히 떨어진 환자견, 몸을 가누지 못하는 환자견, 경련 중인 환자견에게는 시도해서는 안된다.

단짠 맛에 길들여진 개는 과일과 사람이 먹는 음식들에 더 집착을 보인다.
단짠 맛에 길들여진 개는 과일과 사람이 먹는 음식들에 더 집착을 보인다.

◆평상시 과일을 주는 습관이 화를 자초

평상시 과일을 주는 습관이 문제다. 개는 선천적으로 단맛에 익숙하지 않다. 사람보다 육식동물에 더 가깝다고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먹는 치킨, 과일, 음식들을 탐하는 이유는 경험에 의해 짠맛과 단맛에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식습관은 당의존성을 높이며 반려견의 과영양대사증을 유발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반려견에게 사람 음식을 주지 마세요' 주장하는 이유가 있다. 단짠 맛에 길들여진 개는 과일과 사람이 먹는 음식들에 더 집착을 보인다. 한 두번의 탐닉은 무방하지만 습관화 되는 순간 비만, 고지혈증, 과영양대사증, 신장병, 담낭질환, 췌장염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와는 달리 대부분의 과일은 반려견에게 해롭다. 식품 영양성분을 근거로 비타민과 영양소가 풍부하다는 주장은 개와 고양이에게는 의미없다. 반면에 높은 당함량을 경고하지 않는다.

달콤한 과일에 길들여진 개가 단 과일들을 선호하기 마련이며, 실온에 잘 숙성된 과육이 묻어있는 자두, 살구, 복숭아 씨는 과일 맛에 길들여진 개에게는 더 할 나위없는 기호식품으로 작용한다. 반려견에게 치명적인 중독증을 유발하는 포도를 비롯하여, 씨가 있는 과일, 당도가 높은 과일류 대부분은 반려견에게는 득 보다는 실이 많음을 이해하고 처음 부터 주지않는 단호함이 필요하다.

◆빼앗길까봐 삼켜버리는 습성

식탐이나 집착이 강한 개는 먼가를 먹을 때 다른 개나 사람이 다가오면 빼앗기지 않으려 급하게 삼켜버리는 경향이 있다. 개들이 순간적으로 삼켜버림으로써 난감해질 수 있는 자두,살구,복숭아 씨 외에도 개껌, 말린 육포 등은 항상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경향이 있는 개에게는 물고 있는 물건이나 이물을 성급하게 뺏으려 들면 곤란하다.

개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을 제공하여 관심을 돌리는 방법이 현명하다. 후각이 뛰어난 개는 자기가 좋아하는 간식을 반드시 인지하며, 그 순간 집착하던 이물이나 음식을 두고 자기가 좋아하는 간식이 있는 쪽을 탐색한다. 보호자는 여유를 가지고 위험 요소들을 치워주는 것이 현명하다.

박순석
박순석

박순석 수의학박사

한국임상수의학회 부회장

SBS TV 동물농장 자문수의사

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사) 한국동물복지표준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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