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준강간을 당했다며 고소한 사건을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가운데, 법원은 "기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정했다.
서울고법 형사30부(강민구 부장판사)는 20대 여성 A씨가 전 남자친구인 30대 B씨에 대한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낸 재정신청을 지난 4월 인용했다고 3일 밝혔다. 재정신청은 고소·고발인이 수사기관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제도다.
B씨는 지난 1월 잠이 들었던 전 여자친구 A씨를 성폭행하고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몸살 기운데 약을 먹었던 데다 다리를 다친 상태였다.
A씨는 카메라 소리를 듣고 깨어나 B씨의 휴대전화를 뺏고 증거 동영상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송, 보존했다. 당시 A씨는 형편이 좋지 않아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신체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전 연인이었던 B씨 집에 잠시 머물렀다.
하지만 준강간 피해를 당했다는 A씨는 B씨를 준강간치상, 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고소했는데 지난해 8월 검찰은 준강간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부부관계 및 연인관계에서 상대방이 자고 있을 때 성관계를 한다고 해서 곧바로 준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불기소이유서에 설명했다.
하지만 A씨 측은 검찰이 법리를 오해했다며 재정신청을 냈다. A씨 측은 "연인 사이라고 하여 잠든 사이 일방적 성관계를 승낙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불법촬영을 하는 등 비정상적인 성관계였다면 더더욱 그렇다는 것이 법원 판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부간 강간죄도 인정되는 시대에 연인관계라는 이유만으로 자고 있을 때 일방적 성관계에 대한 가정적 승낙이 있다는 판례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이런 법리를 검찰의 공식적인 성인식처럼 공표하는 것은 너무나 부적절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 주장이 타당하다고 보고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검찰은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 법원의 판단 이후 검찰은 B씨를 지난 5월 준강간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B씨의 중간간치상 혐의 1심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승정)가 심리한다. 오는 14일이 첫 공판이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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