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여름철 아파트 정전

김현 한국전력 대구본부 배전운영부 차장

김현 한국전력 대구본부 차장
김현 한국전력 대구본부 차장

무덥고 습한 계절인 여름이다. 여름은 무더위와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해 전력 설비 고장이 많이 발생하는 계절이다. 특히 열대야에는 갑작스러운 전력 사용량 증가로 발생한 정전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아파트에 정전이 발생하면 주민들은 한전에 신고하고 복구가 되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국민들의 상당수가 한 가지 오해하는 사실은 아파트 정전은 한전의 관리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아파트 정전은 수전설비에서 발생하는데 이는 아파트의 사유재산이다. 수전설비는 한전에서 받은 22.9㎸의 특고압 전기를 저압으로 낮추는 용도로 아파트에서 자체적으로 선임한 전기안전 관리자가 관리하고 있다.

아파트의 정전은 오후 6시부터 10시에 주로 발생한다. 더위에 지친 여름, 퇴근 후 집에 들어서며 에어컨을 켜고 저녁밥을 짓는 우리의 일상은 생각보다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한다. 문제는 아파트 수전설비 용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아파트는 처음 구축 당시의 수전설비를 사용하고 있는 반면, 각 가정에는 최근 들어 많은 가전기기들이 보급됐다.

게다가 수전설비는 오랜 세월 사용으로 점점 노후화되어 간다. 이는 수치상으로도 입증이 되는데, 25년 이상 된 아파트의 정전 발생률은 15년 미만 아파트의 7.4배에 달한다. 그렇다면 아파트의 수전설비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우선, 적절한 설비용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아파트에서는 변압기 등의 허용 용량을 확인하고 수시로 부하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특히 오후 6~10시 사이에는 입주민들이 전력 사용을 자제하는 등 적극적인 부하 관리가 필요하다. 이는 한전의 '파워체크 모바일' 앱을 설치하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과부하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적절한 용량으로 사전에 설비를 교체해야 한다. 한전에서 시행하는 '노후 변압기 교체 지원 사업'으로 교체 비용의 최대 80%까지 지원받을 수 있으니 이를 활용하면 아파트 입주민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수전설비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투자를 해야 한다. 변압기 절연유 상태, 균열 확인 등 육안 점검은 관리의 기본이다. 더불어 한전은 정기적으로 수전설비 열화상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진단 결과 고장이 우려되는 설비는 즉시 교체가 필요하다. 또한 지하에 위치한 수전설비는 침수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차수설비와 양수기를 구비하여 침수 피해를 최소화하고 빠른 복구가 가능하도록 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전이 발생하면 신속히 복구해야 한다. 정전 발생 즉시 아파트 비상발전기를 가동해 복구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 또 전기안전공사와 한전으로 연락해 정전 원인을 파악하고 임시 공급 방안을 협의해야 한다. 비상시 출동이 가능한 수전설비 전문 공사업체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올여름에는 더위가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예보가 많다. 수전설비에 대한 점검과 투자 없이는 아파트 정전을 예방할 수 없다. 아파트 입주민들의 관심, 그리고 수전설비 관리자의 열정과 한전의 지원이 더해져 모든 아파트가 이 여름을 무사히 지날 수 있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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