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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초대석] 제3지대 신당에 주목하는 이유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총선이 9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총선은 집권 3년 차를 맞는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또한, 압도적 의회 권력을 유지해 온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평가의 성격도 있다. 정권심판론과 야당심판론이 충돌하는 가운데 제3지대 신당 창당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추석 전에 제3지대 깃발을 들어 올리겠다"며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수도권 30석을 목표치로 내세웠다. 반도체 전문가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지난달 26일 '한국의 희망'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고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신당이 얼마만큼 파급력을 몰고 올지가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다.

회의론과 기대론이 교차한다. 이렇다 할 대선 주자와 지역 기반이 없고, 합류하는 현역 의원이 없어서 신당은 '찻잔 속의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이 존재한다. 하지만 여도 싫고 야도 싫다는 '쌍둥이 불신임' 현상과 기존 거대 정당들에 별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정치 해체' 심리,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적대적 공생 관계의 낡은 정치판을 깨야 한다는 욕구가 크기 때문에 의외로 신당이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도 만만치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이 30%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도 신당 창당 움직임을 촉발하는 요인이다. 한국갤럽 6월 5주 조사(25~27일)에서 국민의힘 33%, 민주당 34%, 무당층이 28%였다. 그런데, 각종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20대와 30대에선 무당층이 각각 45%와 40%, 중도층이 38%였다.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신당들 간에 2030세대·중도층 쟁탈전도 불붙을 전망이다. 신당이 여의도식 정당 관행을 파괴해 조직과 운영에서 획기적인 변혁을 이뤄낸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위해 첫째, 인물 중심에서 가치 중심 정당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국 정당에선 지금까지 대선 주자급 인물이 존재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인물 중심 정당은 다른 말로 '정당의 사당화'와 일치한다. '새누리당=박근혜당' '새정치민주연합=문재인당' '민주당=이재명당'으로 등식화되면서 정당은 국민을 대변하고 민생을 챙기는 본연의 기능은 사라지고 정치 투쟁의 도구로 전락했다. 신당은 인물에 의존하지 않고, 또한 기성 정당에 대한 정치 혐오에 기대지 말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추상적 담론 수준이 아니라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해야 한다.

둘째, '중앙집권 비자율적 정당'에서 '탈중앙 자율적 정당'으로 바꾸어야 한다. 기존의 정당 조직은 비대화된 중앙당이 존재하고 제왕적 당 대표가 당직과 공천권을 모두 장악해 왔다. 강제적 당론을 통해 의원들이 자신들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의정 활동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런 독점적 구조를 깨기 위한 최상의 방안은 '정치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의 구축이다. '정치 DAO' 참여자는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를 기본으로 중앙의 통제 없이 모든 사람들이 참여해서 어떻게 조직을 만들고 운영해야 하는지 결정할 수 있다. 다양한 제안을 할 수 있고, 동등한 자격을 갖고 각종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심지어 활동 성과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단언컨대, 조직이 변해야 문화가 변하고 행동이 변하게 된다.

셋째, '선거 중심 정당'을 '지지자 중심 정당'으로 바꾸어야 한다. 1992년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이 창당한 통일국민당(31석)과 2016년 안철수 의원이 창당한 국민의당(38석)이 총선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 신당은 이후 기성 정당에 흡수되거나 해산되는 운명을 맞았다. 이런 불편한 진실이 국민들로 하여금 신당을 불신하고 회의를 품게 하는 이유다.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당원 중심 정당'이 아니라 미국과 같이 '지지자 중심 정당'이 돼야 '백년 정당'이 탄생할 수 있다. 신당이 총선 승패 여부를 떠나 기존의 낡고 전근대적인 정당 시스템을 창조적으로 파괴할 수만 있다면 한국 정치 발전의 큰 획을 긋는 위대한 성과가 될 것이다. 타는 목마름으로 정치 정상화를 갈구하는 국민들이 제3지대 신당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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