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된 듯한 요즘의 한국 사회에서 가진 것 하나 없는 사람이 단번에 인생을 바꿀 방법은 복권에 당첨되는 것 말고는 없는 것 같다.
복권의 뿌리는 역사를 거슬러 찾을 수 있는데, 한국복권위원회 홈페이지에는 복권의 역사를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시대까지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의 어느 복권사이트를 찾아보면, 16세기 제네바 공화국에서 상원의원을 선출할 때 90명의 후보 중에서 제비를 뽑아 다섯 명을 정했는데 이 때 다섯의 이름을 다 맞춘 사람에게 대박 선물을 줬다고 하며, 이 이름을 나중에 숫자로 바꾼 것이 미국의 복권인 파워볼과 유사하다고 한다.
역사상 최고의 복권 당첨자를 찾는다면 이스라엘의 첫번째 왕인 '사울'이 아닐까? 그는 제비를 뽑아 1만2천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왕이 됐으며, 한 번의 제비뽑기로 인류 역사상 최고의 인생역전(왕이 된 것으로만)을 이룬 사례인 것 같다.
이런 제비뽑기가 오늘날에는 복권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의 제도로서 존재하고 있다. 국가가 발행하는 복권은 인생역전을 바라는 사람들이 한 주일 동안 바람 찬 풍선처럼 희망의 삶을 살도록 하면서도 공적 기금을 조성한다는 데서 명분을 찾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운이 좋으면 일확천금을 할 수 있고 혹 아니더라도 좋은 목적에 그 돈이 쓰인다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이런 복권이 문화·예술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예술과 관련이 있는 우리나라의 복권은 '로또 6/45'다. 이 복권사업으로 조성된 기금 중 35%는 법정배분사업에 배분되고 나머지 65%가 공익사업에 쓰인다. 법정배분사업 중의 하나로는 문화재보호기금이 있으며 공익사업 중에는 문화·예술사업이 포함돼있다. 복권위원회의 자료에 의하면 2023년도에 법정배분사업으로 1천580여억원이 문화재보호기금이 문화재청에 배분되고, 공익사업기금으로 2천430여억원이 문화체육관광부에 배정될 예정이다.
복권으로 조성된 기금이 문화·예술에 지원되는 선구적인 사례에는 영국이 있다. 물론 다른 나라들에도 이런 사례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네덜란드의 반고흐 미술관의 전시작품구입이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시설개선사업에 복권기금이 지원됐었다.
오래 전이지만 런던에서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 예술정책 수업 시간에 복권기금을 다루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담당 교수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요행을 바라고 복권을 사는 사람들의 돈으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교육 수준도 높은 계층의 관객들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로열오페라하우스의 시설개보수에 지원되는 것이 정당하냐는 것이었다. 물론 이를 두고 논란이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지금도 복권기금이 런던의 대표적인 오페라 기관인 로열오페라하우스와 잉글리시 내셔널 오페라에 지원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경우에는 기금의 사용처가 좀 다르다. 복권기금으로 지원되는 문화예술사업 중의 대표적 사업은 문화누리카드로 불리는 통합문화이용권 사업과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융자사업이다. 이중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으로 올해에는 1인당 11만원 정도가 지원된다.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이며 전국의 문화예술·여행·체육 관련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다. 2021년도 자료를 보면 도서, 교통, 영화에 편중돼 사용됐다.
얼핏 보기에 복권은 주로 서민들이 대박을 노리면서 사는 거라는 생각에 복권구입자들의 성향을 알아보았다. 의외로 복권 구입자의 절반 이상이 상위 40% 중산층 이상이라는 통계에, 복권판매점 앞에 고급 외제승용차들이 더러 서는 이유가 납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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