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정권 대신 국민 편든 게 분풀이 감인가

최경철 논설위원
최경철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쿠데타를 통해 대통령이 됐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라디오방송에 나와 한 말이다. 기자 출신인 윤 의원은 친명계가 아니고, 거친 말을 쏘아 대는 유형에 속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민주국가에서는 이미 사라져 버린 '쿠데타'라는 막말을 소환했다. 그 이유는 짐작이 간다. 그가 문(文) 정부 청와대 첫 국민소통수석이었고 그의 입으로 좌천 상태였던 윤석열 검사의 '화려한 복귀'를 국민들에게 알린 데 대한 뒤늦은 후회 탓일 것이다.

문 정부 청와대를 출입했던 기자는 정부 출범 열흘째인 2017년 5월 19일 오전을 기억한다. 윤 수석은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에 와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승진 임명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으로 박근혜 정부에 대놓고 저항했던 윤 검사가 큰 힘을 쥐게 된 것이다. 기자들이 입을 딱 벌리던 장면이 눈에 선하다. 절차도 파격이었다. 고검장급 서울지검장에 차장검사급이 승진 발탁됐다. 법무부 장관도 임명되기 전에 서울지검장 인사가 나왔고, 그것도 청와대에서 발표가 이뤄졌다.

윤 지검장은 승승장구했고 2019년 여름엔 검찰총장에까지 올랐다. 이때만 해도 문 정부 여권 어느 누구도 윤 총장이 이른바 '조국 사태'를 만들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윤 총장은 문 정부에서 버림받을 각오를 하고 권력의 핵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여러 비리 혐의에 대해 거침없이 수사했다. 결국 조국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 등에서 유죄를 인정받아 지난 2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고, 그의 부인도 지난해 1월 딸 입시 비리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국민의 선택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조국 전 장관 일가의 여러 혐의가 인정되고 있는데도 '쿠데타' 발언까지 나온 것은 민주당 구성원들이 윤 대통령을 몹쓸 배신자로 여기며 분풀이를 하고 싶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이 여전히 마이크를 쥐고, 국회에서 민주당의 무한 입법 독주 역시 한풀이다. 야당발 괴담 논란이 확산하고 정권교체가 이뤄졌는데도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이 곳곳에서 알박기를 이어나간 것도 화풀이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대구의 여러 기업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초임 검사를 대구에서 하는 등 윤 대통령은 여러 차례 대구 근무를 통해 폭넓은 대구경북(TK) 인맥을 쌓았다고 한다. 특수통 검사로 잘나갔던 그가 마음만 먹었으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 때인 2013년, 박근혜 정부와 갈등을 빚지 않고 TK 인맥을 활용해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박 정부에서도, 출세 가도를 달린 문 정부에서도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어록처럼 권력의 도구가 되기를 거부했다.

헌법 7조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한다. 윤 대통령은 '조국 사태' 과정에서 권력자의 최측근을 지키는 데 공무원을 이용하려는 권력의 사유화 시도에 맞섰고 헌법 명령을 지켜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을 정파적 이익에 함몰된 분풀이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문 정부에서 겪은 일을 거울 삼아 '이니 마음대로' 식의 자의적 권력 행사가 이뤄지고, 공무원들은 이에 맹종하는 권력국가에서 법치국가로의 질서 재편을 이뤄내야 한다. 이것이 온갖 분풀이를 쏟아내는 화풀이 세력을 부끄러운 존재로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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