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북한 닮는 중국의 운명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이달 1일부터 '신방첩법'이 중국에서 본격 실시된다. 간첩 행위의 정의와 법 적용 범위를 넓히고 국가안전기관의 조사 권한을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개정 전 간첩 행위는 국가 기밀 정보를 절취·정탐·매수·불법 제공하는 것으로 한정되었다. 신방첩법은 '국가 안전 이익에 관한 문건'을 간첩 행위 대상에 추가했다. 문제는 '국가 안전 이익'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신방첩법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심지어 온라인에서 대화나 자료를 주고받는 것도 간첩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중국에서 사용하는 카카오톡 메신저, 한국에서 사용하는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대화도 방첩 수사 대상인 '국경을 넘는 데이터 교환'에 해당할 수 있다. 또 중국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간첩이 될 수 있다. 중국에 비우호적인 거의 모든 사람·조직이 '간첩'으로 간주될 뿐만 아니라, 외국 언론의 취재 제한 등 중국에 비판적인 정보가 해외로 전파되는 것을 막는 수단으로 신방첩법은 활용될 수 있다.

신방첩법은 기업 활동에도 무제한 확장해 적용할 수 있다. 현지 직원들이 공개된 정보라고 할지라도 메신저 등을 통해 옮기거나 열람할 경우 간첩 활동으로 체포될 수 있다. 미국계 로펌 모건 루이스는 '새벽 압수수색에 대비하라'면서 "중국 시장·기업을 조사하고, 헤드헌팅을 펼친다거나,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간첩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신방첩법은 비즈니스나 관광을 위해 중국을 일시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이제 중국에선 사람과 기업 활동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이 잠재적인 간첩 행위인 셈이다. 실제 간첩 행위냐 아니냐의 결정은 중국 당국의 자의적 해석에 달렸다.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라는 북한을 닮아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중국 당국은 신방첩법으로 자국민은 물론이고 외국 기업 및 외국인들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어느 누구도 이런 나라에서 살거나 기업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신방첩법 시행은 어쩌면 '중국 대몰락'의 신호탄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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