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보이지 않는 죽음 '폭염'

신규대 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산업보건센터장

신규대 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산업보건센터장
신규대 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산업보건센터장

기상청의 3개월(7~9월) 장기 기상 전망에 따르면, 올해는 북태평양과 동아시아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여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7, 8월에는 엘니뇨로 인해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것으로 예측됐다.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지구상에 기상이변이 크게 발생한다. 한쪽은 대홍수가, 한쪽은 대가뭄이 발생할 수 있으며, 지역에 따라 매우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기상예보와 같이 올여름은 다른 해보다 비가 많고 기온이 높아 무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 같다. 무더위는 다른 말로 '폭염'이다. 폭염은 기상재해 가운데 사람들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초래한다. 5월 21일 올해 첫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해보다 한 달 이상 이른 것이다. 6월 중순에는 내륙지방 곳곳에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태풍이나 집중호우보다 폭염으로 더 많은 사람이 사망한다. 특히 고령자와 만성질환자에게 폭염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폭염 사망자 수는 총 151명으로, 같은 기간 태풍이나 집중호우에 의한 인명 피해를 합친 것보다 약 3.6배가량 많은 수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1세기에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한 것이 바로 '폭염'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폭염 시작일은 빨라지며 일수는 늘어나고 있다. 또한, 여름철 평균기온은 지속적인 상승 추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산업재해 근로자는 총 152명이다. 이 가운데 햇빛에 직접 노출된 상태로 작업하는 건설업의 산재가 79명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이 기간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근로자는 총 23명인데, 그중 건설업에서 17명이 사망하여 약 74%에 이른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6월 1일부터 9월 8일까지 '폭염 대비 근로자 건강 보호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6월부터 민간 재해예방 기관, 직능단체, 산업별 협의체 등과 협업하여 폭염 특보 상황을 신속하게 전파하고 물, 그늘, 휴식 등 '온열질환 예방 3대 수칙'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온열질환에는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열발진 등 여러 종류가 있으나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 열사병이다. 열사병은 치사율이 50%에 달하며 중추신경 장애로 땀이 배출되지 않아 체온이 40℃ 이상 오르는 가장 위험한 급성질환이다.

열사병 발생 시 현장에서의 빠른 응급조치와 병원 이송이 생명을 살리는 관건이다.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등은 과다한 땀 배출로 인한 수분과 염분 손실이 원인이므로 예방을 위해서는 자주 수분과 염분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지난해 초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재해'를 중대 산업재해로 규정하고 있으며, 열사병도 직업성 질병자에 포함되어 있다. 대규모 건설 현장의 경우 작업자 온열질환 예방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에 적용될 수 있다.

각 사업장 및 현장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예방을 위하여 3대 안전 수칙(물, 그늘, 휴식)을 준수하고, 작업자들을 대상으로 온열질환 예방과 응급조치 요령에 대한 교육 실시가 필요하며, 특히 2인 1조 작업으로 질환자 발생 시 조기 발견과 현장에서 바로 응급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훈련이 필요하다.

산재 통계를 보면 온열질환 외 일반 산업재해도 여름철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 더위로 인하여 보호구 착용을 기피하고 몸과 마음이 지쳐 안전보건 조치를 생략하고 정신 무장까지 해제된 탓일 것이다. 올여름 무재해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서 철저한 안전보건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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