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이나 갈색 몸에서 화려한 광택이 나는 비단벌레는 예부터 귀하게 여겨졌다. 그동안 신라 무덤 가운데 황남대총‧금관총 등 최상급 무덤에서 비단벌레 장식이 확인됐다. 그러나 2020년 11월 경주 쪽샘지구 44호 무덤에서 나온 비단벌레 장식은 지금껏 보지 못한 독특한 형태인 데다 수십 점이 한 번에 나와 큰 주목을 받았다.
약 1천500년 전 신라 공주와 함께 쪽샘 44호분에 묻힌 비단벌레 장식이 어떻게 쓰였는지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4일 경주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쪽샘 44호 무덤에 대한 10년간의 발굴조사를 정리하는 의미로 보고회를 열고 "이 무덤에서 나온 비단벌레 장식을 분석·연구한 결과,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죽제(竹製) 직물 말다래의 일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말다래는 말을 탄 사람의 다리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양쪽에 늘어뜨려 놓는 부속품이다.
쪽샘 44호분 말다래는 대나무 살을 엮어 가로 80㎝, 세로 50㎝ 크기의 바탕 틀을 만든 뒤 직물을 여러 겹 덧댄 것으로 조사됐다. 그 위에 비단벌레 날개로 만든 나뭇잎 모양 금동 장식을 올렸다. 동그란 장식을 가운데 두고 비단벌레 날개 장식 4점을 결합해 꽃잎 모양을 만들었는데, 이런 꽃잎 모양 50개가 말다래에 부착된 구조다.
연구소 관계자는 "비단벌레 장식이 출토된 위치‧개수‧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분석한 결과로, 새로운 형태의 신라 말다래"라며 "당시 찬란했던 신라 공예기술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 측은 이와 함께 신라 고분에서 거의 나오지 않은 머리카락 뭉치도 유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2020년 금동관 주변에서 폭 5㎝의 유기물 다발과 다발을 감싼 직물흔이 발견됐는데, 분석 결과 숨진 공주의 머리카락으로 확인됐다. 머리카락을 모아 직물로 감거나 장식한 듯한 흔적도 확인됐는데, 고대인의 머리 꾸밈새를 복원할 중요한 자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연구소 측 설명이다.
금동관‧금동신발 등 금동제품에 쓴 직물을 다수 발견한 것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특히, 금동신발에서는 가죽‧견직물‧산양털로 만든 모직물 등이 확인됐는데, 산양털이 국내 고대 유적에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소는 2014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10년 가까이 쪽샘 44호분에 대한 발굴조사를 벌였다. 현장에서 실제 발굴 작업이 이뤄진 날만 1천350일이나 된다.
발굴조사 결과 이 무덤 주인은 키 130㎝ 내외에 10살 전후한 나이의 어린 왕녀(공주)로 판명됐다.
연구소는 보존처리를 마친 유물을 출토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해 오는 12일까지 쪽샘유적발굴관에서 일반에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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