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오, 윌리엄! 오, 루시! 오, ○○!

오, 윌리엄!(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문학동네/ 2022)

"I see you." 영화 아바타2에 나오는 대사다. '오, 윌리엄!'을 읽고 떠오른 말도 이 대사다. 나는 너를 본다. 있는 그대로 본다. 윌리엄의 전 아내인 루시는 전남편 윌리엄을 본다. 있는 그대로. 보이는 대로. 굴을 파듯 파 들어가서 뭔가를 보는 것이 아니고, 그냥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것이 보인다. 윌리엄을 보고 이야기하면서 루시는 자신도 본다. 권위가 없어진 윌리엄에게서 자신의 가치를 본다.

'오, 윌리엄!'은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의 루시가 전남편, 윌리엄에 대해 말하는 소설이다. 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었고 "인간의 내면에 대해 스트라우트처럼 글을 쓰는 작가는 없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작가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다. '올리브 키터리지'로 2009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버지스 형제', '무엇이든 가능하다', '다시, 올리브'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났고 영문학을 전공했다. 1998년 첫 장편 소설 '에이미와 이저벨'을 발표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는다. 누군가 '오, 윌리엄!'을 읽는다면 저자의 다른 책들도 가만두지 않으리라 기대한다.

루시와 윌리엄은 전에는 부부였고 지금은 친구다. 루시는 재혼했고 얼마 전에 남편 데이비드가 죽었다. 그때 윌리엄이 위로와 도움을 주었다. 윌리엄은 세 번째 부인 에스텔과 살고 있고 그 사이에 딸이 있다. 오! 에스텔. 그녀도 윌리엄을 떠난다. 루시는 윌리엄과 사는 동안 자신을 투명인간이라고 말했다. 에스텔도 비슷했던 거 같다. 루시는 그런 윌리엄을 위로하며 윌리엄의 어머니(캐서린)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도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인물들은 각자 할 말이 있다. "우리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심지어 우리 자신조차도! 하지만, 우리는 모두 신화이며, 신비롭다. 우리는 모두 미스터리다. 그게 내가 하려는 말이다."(238쪽)

"내 안에서 튤립 줄기가 툭 꺾였다. 튤립은 꺾인 채로 남았고, 결코 다시 자라지 않았다."(98쪽) 뭘까, 궁금하시다면 이 책에서 낚으시길 바란다. 이 책은 읽는 동안 웃음이 나오고 특별하게 재미있었다. 문체 때문이다. "그게 내가 말하려는 것이다."(14쪽), "음, 그저 내가 그때 울었다는 말이다." "나도 모르겠다."(184쪽) 아, 이 말투가 좋다. 그냥 그렇다고 말하는 투가 글을 읽으면서 툭 와닿는다. 출구가 없는 당신에게, 소설 만세를 믿는 당신에게, 이 책은 기쁨이 될 것이다. "이유야 누가 알겠는가?"(274쪽)

나진영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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