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민주당의 허튼 소리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획득 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 진화론과 유전학의 정설이다. 그렇지 않다면 각고의 노력 끝에 세계 1위가 된 스포츠 선수의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뛰어난 육상선수이고, 오랜 연구 끝에 위대한 과학자가 된 사람의 아이 역시 날 때부터 위대한 과학자여야 한다. 그렇지 않음은 과학을 빌리지 않고도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 구소련은 이를 부정했다. 서구에서 확립된 유전학이 '부르주아 과학'이라며.

그 대표적 사례가 '리센코주의'로, 겨울에 파종하는 밀 종자를 찬물에 담가 보관하는 '춘화처리'를 해 봄에 파종하면 더 많은 수확이 가능하다는 육종학자 트로핌 데니소비치 리센코의 주장을 교조화(敎條化)한 것이다. 리센코의 주장은 선천적 형질은 후천적 환경에 의해 변화해 유전될 수 있다는 사기(詐欺)였지만 새로운 공산주의 인간형(型)을 '창조'한다는 소련 공산당의 지향(指向)에 딱 들어맞아 1948년 당의 공식 이론으로 채택됐다.

소련은 한 번 사용한 에너지는 엔트로피(무질서도)가 증가해 다시 가용한 에너지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열역학 제2법칙도 부인했다. 스탈린 시대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는 소비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발전기가 사라토프의 한 공장에서 조립됐다고 '뻥'을 쳤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사이비 과학자'들이 판을 쳤다. 1950년 올가 르페쉰스카야라는 여성 생물학자는 무기물에서 생세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소련 언론은 '소비에트 과학'이 '부르주아 과학'을 능가하는 증거라고 떠들어댔다. 하지만 르페쉰스카야의 주장은 거짓말이었다.('마르크스주의의 주요 흐름-제3권 황혼기', 레셰크 코와코프스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를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맹목이 이를 빼다 박았다. 오염수에서 핵물질을 걸러내고 방류하면 거대한 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 5~10년 후 우리 해역에 도달할 때쯤에는 문제의 삼중수소가 1조분의 1로 희석돼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는 과학적 사실을 못 믿겠다고 한다.

영국의 역사 저술가 폴 존슨은 리센코의 주장을 "밀이 호밀이 되고 소나무가 전나무가 된다는, 한마디로 중세적 허튼소리"라고 했다. 민주당의 과학 거부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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