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봉현 '프리즌브레이크' 도운 친누나 구속영장 기각

라임 사태로 재판을 받아온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도주 계획을 도운 혐의를 받는 친누나 김모 씨가 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 사태로 재판을 받아온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도주 계획을 도운 혐의를 받는 친누나 김모 씨가 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 사태' 주범 김봉현(49)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도주 계획을 도운 혐의를 받는 친누나 김모(51) 씨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이 6일 기각됐다.

▶서울남부지법 유환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진행 후 당일 저녁 기각 결정을 내렸다.

유환우 부장판사는 "도주원조 고의 등에 다툼의 여지 있어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 행사할 필요성 있다"면서 "상당 부분 증거 수집, 범인도피교사죄와 관련해 수사기관에 협조하는 등 수사 및 심문에 임하는 태도, 사회적 유대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이나 도망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누나 김씨는 수감 중인 친동생 김봉현 전 회장이 검찰 출정조사 등 서울남부구치소 밖으로 나설 때 경비가 허술한 틈을 타 도주하는 계획을 함께 짠 혐의를 받는다.

이들의 구체적인 행적이 최근 알려지며 흡사 탈옥을 소재로 다뤄 인기를 얻은 미드(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 같다는 반응이 국민들로부터 나왔다.

▶김봉현 전 회장은 같은 구치소 수감자에게 탈옥 성공시 사례로 처음엔 20억원, 이후엔 40억원을 주겠다고 약속했고, 구치소 밖에 있는 누나 김씨는 수감자의 친척 A씨를 만나 일종의 착수금으로 1천만원을 건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가 검찰에 이같은 사실을 알리면서 김봉현 전 회장은 실제 도주 시도는 하지 못했다.

김봉현 전 회장은 A4 27장 분량의 탈주 계획서를 작성했는데, 여기엔 구체적으로 법원과 검찰청사의 건물 조감도를 비롯해 자기 동선상 CCTV에 찍히지 않는 사각지대를 적어놨다. 또 재판이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을 때 식사 시간, 이동 시 교도관 숫자도 담겼다. 아울러 건물 밖 흡연구역 위치를 비롯해 호송차량의 이동 방향과 차 내부의좌석 배치, 운전석과 조수석 위치 및 직원들이 착석하는 자리, 창문 위치 등도 적어뒀다. 여기에 본인이 앉을 자리에는 '구출자'라고 표시해두기도 했다.

또한 경우의 수를 감안한 여러 도주 시나리오도 준비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리 준비된 차량으로 교통사고를 낸 후 사설 구급차로 도망치거나, 방청객으로 위장한 조력자가 법정에서 소란을 피우면 이를 틈타 달아나는 등이다. 이 역시 여러 범죄물 영화에 나오는 익숙한 내용들이다.

이런 부분들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교도소 설계도를 바탕으로 치밀한 탈옥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장면이 이어지는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가 언급됐다.

▶사실 검찰은 누나 김씨에 대해 이전에도 김봉현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당시 미국에 살던 김씨의 여권 무효화 조치를 외교부에 의뢰하기도 했다.

누나 김씨는 한국이 아닌 미국에 체류 중임에도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활용, 연예기획사 관계자 홍모(48) 씨 및 자신의 다섯 살 연하 애인 김모(46) 씨를 동생에게 연결해주며 도피를 도왔다. 홍씨 등이 누나 김씨에게 카카오톡 보이스톡 기능을 이용해 전화를 걸면, 누나 김씨가 스피커폰 기능을 켜 김봉현 전 회장과 연결된 또 다른 휴대폰에 맞대 음성이 통하도록 서로 연결해 준 것으로 검찰은 본다.

김봉현 전 회장은 모두 3차례 도주 시도를 해 이 가운데 1차례 성공한 바 있다.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던 지난해 11월 11일 신체에 부착된 전자장치를 끊고 달아났다가 48일 만인 12월 29일 검찰에 붙잡혔다.

이어 올해 2월 1심에서 1천258억원 규모 횡령·사기 혐의로 징역 30년과 추징금 769억원을 선고받아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로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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