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극단적 선택 시도자들의 시와 글, 시화 작품으로 탄생하다

구미 미래로병원, 오는 12일까지 천연염색 전문가 신계남 교수 시화전 열어

신계남 교수의 시화 작품. 흰 천 위에 극단적 선택 시도자들의 시와 사군자 그림이 담겨 있다. 조규덕 기자
신계남 교수의 시화 작품. 흰 천 위에 극단적 선택 시도자들의 시와 사군자 그림이 담겨 있다. 조규덕 기자

"극단적 선택 시도자들이 삶의 희망을 찾기 위해 쓴 글이 나비효과가 돼 돌아왔습니다."

구미지역 정신건강의학과 전문 의료기관인 미래로병원(병원장 류동근) 4층 복도에는 지난 5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이 병원에 입원 중인 정신질환 환자들이 지은 시와 아름다운 꽃 그림을 담은 25개 시화 작품이 전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시화 작품은 천연염색 연구가 신계남 전 동양대 패션경영학과 교수가 만들었다. 그는 40여년 동안 천연염색·민화·칠공예 등을 연구해 온 우리나라 천연염색 최고의 전문가다.

신계남 전 교수
신계남 전 교수

신 교수가 이번 작품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미래로병원에서 상담 업무를 맡고 있는 이춘자 수녀(세례명 아녜스)와의 인연 때문이다.

몇 달 전 이 수녀는 미래로병원 환자들의 시와 글을 엮은 책 '힘내! 너만 아픈 게 아니야'를 발간(매일신문 5월 19일 보도)했다.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은 신 교수는 책 주인공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해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흰색 천 위에 붓과 먹을 이용해 환자들의 시를 쓰고 사군자를 그려 넣었다. 미래로병원은 신 교수의 시화 작품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에는 신 교수의 시화 작품뿐만 아니라 병원 환자가 만든 페이퍼 아트 작품도 전시됐다.

지난 5일 구미 미래로병원 4층에서 열린 시화전 오프닝에 앞서 참가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조규덕 기자
지난 5일 구미 미래로병원 4층에서 열린 시화전 오프닝에 앞서 참가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조규덕 기자

또 이날 오전에는 병원 내 회의실에서 환자 및 병원 관계자 등이 모여 오프닝 행사를 열었다.

김준우 신부(천주교 대구대교구 5대리구 교구장 대리), 안외자 구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휴진 구미시장애인종합복지관장, 이석수 매일신문 서부지역본부장 등이 참석해 환자들을 격려하고 시화전 개최를 축하했다.

이춘자 수녀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환자들이 약봉지와 달력 뒷장에 적은 시와 글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고, 아름다운 시화 작품으로 탄생했다. 또 환자들의 글을 정인열 대구가톨릭대 글쓰기말하기센터 부교수가 학생들에게 전달하면서 삶의 용기를 심어주는 등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앞으로도 정신질환 환자들이 시와 글로 삶의 희망과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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