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동성로 르네상스 사업, 관건은 정체성 구축

대구시가 관광특구 지정, 대중교통전용지구 일부 해제 등을 포함한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시는 2030년까지 600억~700억 원의 예산을 들여서 관광 활성화, 청년문화 부흥, 골목경제·상권 활성화, 도심 공간구조 개편 등의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구의 중심인 동성로를 서울 홍대 거리처럼 활기 넘치는 거리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시는 관광 활성화를 위해 내년에 중구 4성로(동성로·서성로·남성로·북성로) 일대 1.16㎢가 관광특구로 지정되도록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또 관광안내소로 쓰고 있는 옛 중앙파출소 건물을 '랜드마크'로 재건축한다. 지상 5층 규모로 지어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의 '글리코상' 같은 대형 LED 전광판을 설치하는 방안이다. 청년문화 부흥을 위한 사업 중 도심 캠퍼스타운 조성이 눈길을 끈다. 지역 대학과 협업해 도심 빈 공간에 통합 강의실을 운영해 청년 유동 인구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노천카페거리도 만든다. 시는 상인회와 협의해 노천카페거리 구역을 설정한 뒤 건물 저층 전면부와 옥상 공간을 활성화해 '유럽풍 노천카페거리'로 조성한다. 아울러 대중교통전용지구 일부 해제, 도심공원 재단장, 맹지·녹지공간 재활용, 산책로 조성 등의 도심 공간구조 개편 사업을 추진한다.

동성로 프로젝트의 핵심은 온라인으로 대체 불가한 볼거리, 놀거리, 즐길거리가 있는 공간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동성로 상권은 2010년 이후 부도심의 새로운 상권 형성과 온라인 시장 급성장으로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관광객과 쇼핑객이 줄면서 거리도 한산해졌다. 상권 쇠락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상인들에게 동성로 프로젝트는 새로운 희망이다.

하지만 침체된 상권과 거리를 되살리는 일은 쉽지 않다.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대구 곳곳에 경쟁 상권이 계속 형성되고 있다. 의욕만 앞세워 섣불리 접근하면, 세금만 낭비할 위험이 있다. 서울 홍대 거리를 무조건 모방해서도 안 된다. 홍대 거리는 오랜 세월 동안 문화예술, 관광, IT, 출판 등 여러 비즈니스가 조화를 이루면서 차별화된 공간이다. 전문가들은 동성로의 정체성부터 확보할 것을 주문한다. 대구의 주요 상권 및 특화 거리 분석을 거쳐, 동성로만의 이미지와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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