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계에 외국인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전에는 일부 제조업에 국한됐던 것과 달리 건설업과 농축산업 및 어업, 서비스업까지 전 분야에 걸쳐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청년층 인구유출로 인력난이 심각한 대구경북 중소기업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공장 가동을 하지 못하는 곳도 적지 않다.
문제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잦은 이직과 계약해지 요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사업장 이동 시 지역 및 업종 변경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제도 개선안을 꺼내들었다.
◆ 외국인도 수도권 쏠림 현상
외국인 근로자 사이에서도 수도권 선호현상이 뚜렷하다. 통계청이 발간한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외국인 취업자는 84만3천명이다. 이 가운데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근무하는 인원은 52만7천200명으로 전체 62.5%를 차지한다.
반면 대구경북의 외국인 취업자 수는 지난 2018년 5만9천700명에서 작년 기준 5만1천200명으로 감소했고 비중은 6.1%에 불과하다. 지역별 외국인 경제활동 참여율을 보면 대구경북은 64.9%로 전국 평균(67.6%)에 비해 2.7%포인트(p)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근로자의 잦은 이직도 기업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한다. 동일 직장 근속기간이 3년 미만인 외국인 근로자는 절반이 넘은 58.8%로 조사됐다. 6개월 미만 근속한 외국인 근로자도 15.6%를 차지했다.
대구의 한 자동차 부품 기업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 이미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어 입국 전부터 전략을 짜고 들어오는 이들도 많다.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고 이직을 요구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무단 결근하거나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대응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 갑과 을이 뒤바뀐 산업현장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의 계약해지 요구로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발표한 '외국인력 사업장 변경에 따른 중소기업 애로사항 조사' 결과, 응답 기업 중 사업장 변경을 위해 계약해지를 요구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68%를 차지했다. 비수도권(74.6%) 소재 중소기업이 수도권(56.8%)에 비해 비중이 더 높았다.
계약해지를 거절한 중소기업의 85.4%는 태업, 무단결근 등 대응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외국인 근로자 이탈 후 겪은 애로사항(복수응답)으로 대체인력 구인(81.2%)을 가장 많이 꼽았고 도입비용 손실(57.1%), 제품생산 차질(55%), 행정절차 비용발생(27.4%) 등이 뒤를 이었다.
사업장 변경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꾀병을 부리며 일을 하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상당수다. 게다가 수당 지급 등을 이유로 노동청에 고발장을 접수해 계약 해지를 유도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행태에 중소기업의 피로도가 누적됐다. 사업주와 근로자 간 분쟁 발생 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조정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또 장기 근속 근로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및 구인·구직 미스매치 해소를 위해 정보제공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제도 개선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외국인근로자 관련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외국인근로자 사업장 변경에 대한 제도를 대폭 개선한다. 지난 5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는 외국인력의 사업장 변경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때 일정한 권역과 업종 내에서 이동할 수 있다. 권역은 아직 세부적으로 설정되지 않았으나 수도권, 대구경북권, 충청권 등으로 구분될 가능성이 높다. 이달 중 외국인력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9월 신규 입국자부터 개편안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중소기업의 피해가 줄어들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외국인 인력 수용에 대한 인식 개선과 산업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가 감소하는 국면에서 외국인력 수용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외국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요건을 갖추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왔지만 여기에 정착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떠나는 걸 막을 수 없다"고 조언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산업현장에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외국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미래 생산현장은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및 로봇 도입을 통해 소수 인력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공정 고도화가 인력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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