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시속 83㎞로 달리는 현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여객선.'
지난 8일 낮 12시쯤 경북 포항과 울릉 바다 한가운데를 초쾌속 여객선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3천톤(t)급, 여객정원 970명)가 명성에 걸맞은 속도감을 자랑하며 내달렸다.
물을 앞에서 빨아들여 뒤로 내뿜는 워터제트 추진기 4대는 엄청난 물보라를 일으켰다.
여객선 2층 퍼스트클래스석 뒤편 유리창에서 속도감을 즐기던 한 승객은 "잘 만들었다는 말만 들었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연신 혀를 내둘렀다.
저속일 때는 배가 파도를 타는 것을 모르겠더니 어느 정도 속도가 붙자 파도를 박차고 나가는 것 같은 충격이 전해졌다.
호주 인켓 조선소가 자체 개발한 기술이 이 배에 적용된 것인데, 파랑 관통형 쌍동선형 설계공법이라고 한다. 선박 앞부분에 커다란 중앙 선체가 장착돼 높은 파도를 양 옆으로 분산·관통하며 전진할 수 있다.
이런 충격이라면 객실 내에 소음이 클 법도 하지만 비교적 조용했다. 이것도 선체와 여객실을 완전히 분리한 뒤 수십여 개의 리버마운트를 설치했기 때문이라고 선사 측은 전했다. 선체 진동이나 파도에 의한 진동 울림이 객실로 전달되는 것을 줄여 주고, 엔진 소음도 차단해 주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이 배는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포항시 북구 항구동 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승객 238명을 태우고 출항했다. 첫 상업운항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2시간 50분을 달려 울릉군 울릉읍 사동항에 도착했다. 포항~울릉을 오간 여객선 중 이보다 빠른 시간 안에 도착한 배는 그동안 없었다.
2020년 2월까지는 2천t급 카페리선 썬플라워호가 포항~울릉을 3시간대로 주파하는 가장 빠른 배였지만, 이미 선령만료로 퇴역했다.
썬플라워호 이후 포항~울릉에는 3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 300t급 소형 여객선만이 다녔다.
울릉주민 양모(74) 씨는 "여기저기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울릉도에 도착해 깜짝 놀랐다"며 "선사 설명대로 멀미도 적게 나는 것 같다. 앞으로 오랫동안 이 배가 울릉주민의 안정된 발이 돼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승객들은 배의 속도에도 놀랐지만, 부대시설에도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1층은 이코노미석인데도 앞뒤 양옆 좌석이 꽤나 널찍해 저렴한 좌석의 느낌이 들지 않았다. 2층은 비즈니스석과 퍼스트 클래스석이 있는데, 1층보다는 확실히 고급스러운 느낌이 났다.
비즈니스석의 경우 40도가량 리클라인이 가능하다. 바다를 마주 보며 갈 수 있다는 장점에 마치 조타실에 있는 듯 느껴지기도 했다.
퍼스트석은 안락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필요한 이들에게 딱 맞는 공간을 연출하려는 기획자의 노력이 엿보였다.
이날 선사 측은 이벤트의 하나로 실내 방송을 통해 모든 승객들에게 전 좌석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승객들은 여러 좌석을 앉아보면서 선내 부대·편의시설인 의무실, 장애인 편의공간, 수유실,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 커피숍 등도 둘러봤다.
김양욱 대저해운 대표는 "울릉주민의 원활한 육지 왕래와 더불어 관광객들이 보다 편하게 울릉을 찾을 수 있도록 항상 최상의 서비스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 배는 울릉군 공모선이다. 울릉군이 주민들의 울릉~육지 일일생활권을 목표로 공모선 사업을 추진하면서 건조됐다. 계약 선사인 대저페리(대저해운)가 이 배를 호주 인켓 조선소에서 만들어왔다. 주민이 우선으로 좌석을 구매할 수 있고, 이용 주민이 있으면 수익을 떠나 배를 운항하는 것이 이 배의 목적이다. 선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일정 부분은 군에서 지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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