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차전지 특화단지 포항~울산 묶자는 제안에 포항 "전문화 퇴색 우려" 반대

‘소재~부품~완성품’ 부문별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취지와도 맞지 않아
후발주자 한국…기술 집중·고도화 필요

포항지역 18개 R&BD 기관 관계자들이 포항테크노파크에 모여 2차전지특화단지 지정을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포항시 제공
포항지역 18개 R&BD 기관 관계자들이 포항테크노파크에 모여 2차전지특화단지 지정을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포항시 제공
23일 경주시청에서 열린 해오름동맹 2023년 상반기 정기회의에서 주낙영 경주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주시 제공
23일 경주시청에서 열린 해오름동맹 2023년 상반기 정기회의에서 주낙영 경주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주시 제공

포스코퓨처엠이 생산하는 배터리 원료 및 소재 샘플과 원통형 배터리. (왼쪽부터) 리튬, 원통형 배터리, 니켈, 양극재, 코발트. 포스코퓨처엠 제공
포스코퓨처엠이 생산하는 배터리 원료 및 소재 샘플과 원통형 배터리. (왼쪽부터) 리튬, 원통형 배터리, 니켈, 양극재, 코발트. 포스코퓨처엠 제공

국가첨단전략산업 2차전지 특화단지 선정 발표를 앞둔 가운데 울산에서 유력 후보지인 포항시와의 연계 추진안을 제기하자 특화단지 취지 무색 등을 우려한 반대 목소리가 포항에서 강하게 나온다.

9일 포항 지역정가 등에 따르면 이달로 예정된 2차전지 특화단지 발표를 앞두고 정치권 등에서 포항~울산을 잇는 '해오름동맹 클러스터'가 하나의 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양극재 등 소재 부문을 앞세우고 있는 포항과 차세대 리튬 2차전지 및 전기차 배터리 중심의 울산을 묶어 전주기적 전기차 시장을 발전시키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권명호 국회의원(울산 동구·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은 지난달 24일 울산의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울산과 포항은 2차전지 수요공급체계에서 상호 보완적 관계이다"며 "초광역권으로 두 지역을 하나의 벨트로 지정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울산에서는 포항과의 연계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기초 소재부터 완성품까지 산업 간 협력을 강화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겠다는 논리이지만 섣부른 광역화 추진이 오히려 기술패권 확보라는 국가첨단전략산업의 당초 취지를 퇴색시킬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산업의 성숙도가 다른 분야를 억지로 묶는다면 기술별 집중 특화 육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산업통상자원부는 국가첨단전략산업 사업을 진행하면서 2차전지의 경우 소재-부품-완성품의 3단계로 나눠 각 분야별 전문단지를 공모했다. 많은 2차전지 기술 중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3개 기술을 특화해서 집중 육성시키기 위해서다.

특히 2차전지 산업에서 후발주자인 대한민국으로서는 이러한 특화단지를 통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만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양극재 생산 글로벌 1위의 포항은 이중 소재분야에 해당한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내세운 울산은 완성품 분야이다.

에코프로와 포스코퓨처엠 등의 과감한 투자로 포항 양극재 산업은 이미 상용화를 넘어 기술패권을 추진하는 단계이다. 반면 울산의 차세대 2차전지 개발(전고체 전지·리튬황 전지) 및 전기차 배터리 산업은 초기 단계이다.

이처럼 산업환경도 다르고 육성하고자 하는 산업분야도 다른 상황에서 클러스터 추진은 시너지 효과보다는 국가첨단전략산업 집중 육성이라는 정책적 맥락까지 흔들릴 위험성도 있다.

공원식 포항지역발전협의회장은 "겉으로만 보기 좋은 사업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차기 글로벌 산업계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지 고민이 담긴 특화단지 선정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2차전지 산업 전반의 육성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기술 집약과 집중고도화를 통한 초격차 기술 확보가 우선이다. 정치적 사고보다는 객관적 지표만을 근거로 사업이 추진되고, 특화단지 선정 역시 그 취지에 부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일만 산업단지를 배경으로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지역민들의 부푼 기대감을 담은 붉은 태양이 힘차게 떠오르는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영일만 산업단지를 배경으로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지역민들의 부푼 기대감을 담은 붉은 태양이 힘차게 떠오르는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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