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엔저 현상으로 대(對)일 수출기업에 불똥이 튄 가운데, 대구경북 일부 수출기업들은 엔화를 회피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대금 결제를 달러로 진행해 환차손을 회피하는 것으로, 장기화하는 엔저에 따른 수출기업들의 '고육지책'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고시하는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7일 서울 외환시장 마감 시간인 오후 3시30분 기준으로 100엔당 909.44원을 기록했다. 앞서 5일에는 마감 시간 기준 원·엔 환율이 100엔당 897.29원을 기록하며 2015년 6월 이후 8년 만에 800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엔화 약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미스터 엔'이라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성 차관은 최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일본이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면서 엔화가 현재보다 10% 이상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32년 만에 최저 수준인 달러당 160엔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엔저가 이어지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곳은 대일 수출기업들이다. 엔화가 떨어지면 같은 물량을 수출해도 전처럼 가격을 받지 못해 가격 경쟁력도 떨어질 수 있다. 지역의 주요 대일 수출품목은 대구의 경우 자동차부품, 기타정밀화학원료, 금속공작기계부품 등이고 경북은 열연강판, 냉연강판, 아연도강판 등이다.
지역 한 수출업체 관계자는 "엔화 약세가 계속되고 변동성이 커지면서 일본 고객사와 거래를 엔화가 아닌 달러로 진행하고 있다. 일본 현지 고객도 달러를 확보하고 있어서 달러 거래가 가능하다"며 "최근에 엔저가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지난 3년간 엔화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수출기업 입장에선 어떤 방식으로든 손해를 줄일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대일 수출의 경우 대구와 경북 상황을 다르게 놓고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북은 대일 수출이 수입보다 많지만, 대구는 대일 수입이 수출보다 많아 엔저의 영향이 제한적이란 얘기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대구는 대일 수입이 수출보다 약 28% 많았고, 일본에서 중간재나 자본재를 수입해 재수출하는 경우가 많아 엔저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엔저 장기화에 대비해 수출기업은 품목 차별화와 고부가가치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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