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일주일 동안 대구에 두 차례 이상 폭염특보가 내리는 등 찌는 듯한 무더위가 지속되자 동물원의 동물들도 무더위에 신음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의 달성공원 동물원을 이전하기 위해 계획됐던 대구대공원 준공이 늦어지면서 동물원 이전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9일 오전 10시에 찾은 대구 중구 달성공원 동물원. 어린아이와 함께 동물원에 방문한 가족들은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는 사자를 안타깝게 쳐다보며 '불쌍하다'는 말만 연신 내뱉었다. 아이는 아쉬운 듯 사자를 불러봤지만 사자는 감고 있는 눈조차 뜨지 않았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 때문에 최근 두 차례나 달성공원을 방문했다는 김민아(31) 씨는 "노후화된 시설 탓에 관리가 어려워 보인다"며 "대구에서 유일하게 동물을 볼 수 있는 곳인데 올 때마다 동물들이 자는 모습밖에 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달성공원관리사무소에 따르면 달성공원 동물원에는 약 9천414㎡ 면적에 포유류 21종·97마리, 조류 53종·250마리 등 모두 74종· 347마리가 살고 있다. 지난 1970년 5월 개원해 대구 시민들의 추억이 서린 곳이지만 그만큼 낡고 열악한 시설 탓에 동물들은 약속이나 한 듯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중에서 유독 취재진의 발을 멈춰 세운 건 독수리였다. '대구시조로 진취적인 기상과 개척자적 정신을 보여준다'는 팻말 속 독수리의 설명이 무색하게 두 마리의 독수리는 기개를 잃은 듯한 눈빛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20여분 동안 독수리는 눈만 끔뻑거릴 뿐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내딛지 않았다.
코요테, 여우, 오소리 등이 모여있는 포유류사는 유독 악취가 진동했다. 세어 보니 대략 13마리 정도 되는 포유류들은 서로의 몸을 다닥다닥 붙이고 모서리에 누워있었다. 유일하게 깨어있는 것은 야행성이라는 오소리였다. 두 마리의 오소리는 나갈 곳을 찾는지 창틀 밑에 코를 박고 창틀 가장자리만 뱅뱅 도는 등 '정형행동'만 반복했다.
폭염에 지친 동물들을 관리하는 사육사들도 진땀을 빼고 있었다. 동물원측은 "날이 더워 그늘막을 설치했고 더위에 약한 침팬지 등 동물들을 위해 내실 냉방기를 가동 중"이라며 "수조에 물을 지속적으로 담아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달성공원 동물원의 열악한 환경이 문제가 되자 대구시는 대구대공원에 동물원을 조성해 달성공원의 동물들을 이전시킬 계획을 2020년 7월 발표했다. 대구대공원은 수성구 삼덕동에 187만㎡ 규모로 조성 중인 민간공원 특례사업이다. 당초 대구시의 목표는 2020년 하반기부터 토지 보상을 시작해 올해 안으로 조성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토지 보상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2026년 말에서 2027년 상반기까지 준공이 미뤄졌다. 대구시 공원조성과 민간공원팀 관계자는 "현재 토지 보상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돼 약 76%의 토지에 보상금이 지급됐다"며 "나머지 토지를 획득하면 이르면 2026년 하반기에 동물원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대공원 동물원 조성이 늦어지는 만큼 기존 달성공원 동물원에 남아있는 동물들에 대한 각별한 관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위숙 대구동물보호연대 대표는 "시설도 워낙 낙후돼 있을뿐더러 더위가 이어져 동물들도 지칠 수밖에 없다"며 "수련사 등 인력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동물들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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