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원주민 '에보리진'이 사냥할 때 사용하는 'ㄱ'자형 '부메랑'은 목표물에 맞지 않으면 던진 위치로 되돌아오는 속성을 갖고 있다. 자칫 스스로를 공격하는 자충수가 되기도 하는 등 부메랑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도한 네이버 댓글 조작 사건, 즉 '드루킹' 고발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잡았듯이 말이다.
오래전부터 추진된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에 특혜 의혹을 처음 제기한 것은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다. 그는 지난달 16일 전북당원대회에서 윤석열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던 와중에 뜬금없이 윤석열 대통령의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개입 의혹을 직접 거론했다.
"본부장(본인, 부인, 장모)이라고 그랬다. 땅투기를 해도 지금 몇 달이 됐다고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해서 자기네 땅 사놓은 데로 지나가게 만드느냐? 역대 어느 대통령도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 몰래 해도 내놓고 해먹지는 않았다. 부끄러움이 없다."
이 전 대표의 주장은 발언 당시에는 서울대가 조국 전 장관 파면한 것에 대해 서울대 동창회 명부에서 빼달라고 한 것 외에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민주당이 뒤늦게 후쿠시마 괴담 공세에 이어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격 거리로 집중 거론하면서 논란이 점화됐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백지화를 선언, 정치 쟁점이 됐다.
양평 논란은 2년 전 민주당 측이 먼저 IC 신설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고, 이의 수혜자가 김부겸 전 총리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반전 국면을 맞았다. 또한 세종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예비타당성조사에 반영되지 않았던 연기 IC가 2019년 추가되면서 건설 공사비가 4천억 원 증액됐다는 사실도 드러나면서 자충수로 전환될 조짐을 보인다. IC와 5㎞ 거리에 이해찬의 세종시 땅과 집이 있다. IC 신설로 재미(?)를 본 그의 눈에는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이 특정인을 위한 특혜로 비치는 모양이다.
김해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이렇게 망가진 모든 책임이 이해찬 대표에게 있다. 이 대표는 민주당만이 선(善)이었다. 저쪽은 악(惡)이니 우리는 뭘 해도 다 익스큐즈(양해)가 되는 거죠"라는 말이 강하게 뇌리에 박힌다. 양평고속도로 논란의 최대 피해자는 양평 군민이다.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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