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미래산업 핵심 2차전지] <하>지역 산업 체질개선 성공하려면

핵심광물 수입 탈중국, 특화단지 공모…국내외 이원화 전략
해외전략…美 인플레이션 감축법 따라 포스코 리튬·니켈 자체 공급
엘앤에프 전구체 공장 추진
국내전략…포항 양극재 밸류체인 구축…'에코배터리 캠퍼스' 경쟁력
첨단산업 공모 주도권 선점

영일만 산업단지를 배경으로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지역민들의 부푼 기대감을 담은 붉은 태양이 힘차게 떠오르는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영일만 산업단지를 배경으로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지역민들의 부푼 기대감을 담은 붉은 태양이 힘차게 떠오르는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차전지 산업의 급부상은 국내 시가총액 지형도를 바꿨다.


올 상반기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달 30일 기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를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이 2위를 차지했고 모기업인 LG화학이 6위였다. 또 삼성SDI(7위), 포스코퓨처엠(12위)이 20위권 내 포진했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양극재 기업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는 시가총액 '10조 클럽'에 신규 가입하며 최상단에 올랐다. 대구의 간판기업 엘앤에프는 4위에 안착했다.

증권시장은 산업의 변화를 반영하는 거울이라 할 수 있다. K 배터리 기업이 한국 경제성장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차전지 산업이 대구경북의 주력 산업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역 산업이 체질개선에 성공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 최대 전기차 시장 미국 공략 위해 탈 중국은 필수

현재 세계 2차전지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미국의 인플레이션(IRA) 감축법이다. 미정부는 IRA 요건을 충족한 기업의 배터리·소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 보조금 지급 여부에 따라 전기차 판매량이 결정되는 만큼, 완성차 기업은 IRA 방침에 맞춰 배터리·소재 공급사를 결정할 공산이 크다.

미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시장 규모는 2025년 240만대, 2030년 480만대, 2025년 800만대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주요 시장으로 꼽히는 유럽과 달리 미국은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대형차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다. 배터리 수요만 보면 향후 미국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IRA는 전기차, 2차전지 공급망에서 중국기업을 배제하고 미국 현지 투자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양극재, 음극재의 주원료인 핵심 광물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지역 주요 기업들은 탈 중국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리튬, 니켈 등 광물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자체 공급망을 구축해 2차전지 소재산업 밸류체인(가치사슬) 형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세계 1위 양극재 기업인 에코프로비엠을 계열사로 둔 에코프로 역시 IRA 요건 충족을 위해 수입선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또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의 중국 수입 비중을 낮추기 위해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생산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엘앤에프는 LS그룹과 함께 전구체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합작사를 설립해 연간 12만t의 전구체를 생산해 IRA로 인한 불확실성을 낮추고 견고한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명진호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팀장은 "대구경북은 양극재 생산의 중심지다. 주요 기업들은 발 빠른 대응으로 IRA 시행에도 흔들리지 않고 위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치열해진 지역 간 경쟁, 대구경북 주도권 확보해야

2차전지 산업의 부가가치가 상승하면서 주도권 확보를 두고 지자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달 안에 윤곽이 나올 예정인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에 도전장을 낸 지자체들은 저마다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국내 최초 전기차 전용 공장을 보유한 울산은 양극재·전해액·분리막 등 관련 분야 기업이 위치해 있다. 전북은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최근 2차전지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며 확장성과 잠재력을 강조한다. 또 충북은 LG에너지솔루션을 필두로 산업발전을 주도했다는 점, 지리적으로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양극재 생산 밸류체인을 구축한 포항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에코프로가 영일만산업단지 내 조성한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는 수직 계열화된 생산 체계를 확립하고 있다. 수산화 리튬과 전구체, 양극재는 물론 폐배터리 리사이클링까지 전 주기에 걸친 공정으로 경쟁력이 높다.

포스코퓨처엠도 양극재 생산 확대를 위해 영일만산업단지에 신규 공장을 증설한다. 또 오는 2027년까지 포항 블루밸리산업단지 내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와 니켈 생산라인을 건설할 예정이다. 기술 고도화를 지원하는 연구기관과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교육기관, 뛰어난 물류 인프라도 포항의 강점이다.

특화단지에 선정되면 대규모 예산 지원과 세제혜택, 보조금 지원이 이뤄진다. 2차전지 산업 중심의 산업 전환과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대구경북은 이번 특화단지 공모사업이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 2차전지 전 주기 밸류체인 구축 산업 생태계 조성

2차전지 시장 규모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단기간에 양적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아직 일부 기업의 성과에 의존하고 있다. 실질적인 지역 경제 대한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구조 개편이 고용창출과 신규 투자창출, 선순환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최재원 대구정책연구원 연구위원(경제산업연구실)은 "산업 전환의 속도가 갈수록 빠르고 예측이 힘들다. 특히 2차전지 산업이 그렇다"면서 "꼭대기만 바라보면 중간에 어떤 과정이 있는지 놓치기 쉽다. 하부 구조, 중간층도 살펴보고 보강이 필요하면 늦기 전에 해야 한다. 산업도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이어 최 위원은 "성장기에 있지만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토양이 튼튼해야 식물이 튼튼하게 자라고 꽃도 피울 수 있다. 산업 동향을 읽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훈 에코프로파트너스 대표는 "전기차 시장은 이제 열리기 시작했고 급격한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일찍이 산업 전환에 대비한 기업들이 경제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중요성을 인식하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결국 중요한 것은 인재다. 편견 없는 시선으로 실력 있는 전문가를 영입하고 인력 양성에 매진해야 한다. 또 사람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 에코프로가 지금의 성과를 이룬 이면에는 수많은 인재가 있었다"면서 "대기업 반열에 오른 에코프로 등 선도 기업을 중심으로 2차전지 산업 전반에 걸쳐 생태계를 형성할 기업을 함께 육성해야 한다. 다양한 기업이 공존할 때 진정한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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