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시장 선거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던 김수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와 관련해 "수많은 억측과 비난, 중상모략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 박 전 시장의 3주기를 맞아 김 명예교수는 추도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너에 대한 이와 같은 비난이 새삼스럽지도 않으며 또 이런 일로 네가 크게 상처받지도 않는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 삶의 중요한 굽이마다 네가 내렸던 결단은 오로지 너 자신의 냉정한 판단과 선택의 결과였음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선 "3년 전 네가 내렸던 최후의 결단 역시 오직 너이기 때문에 내릴 수 있었던 선택과 결단이었다고 나는 믿는다"며 "결코 부끄러워서가 아닌 스스로에게 당당하기 위해 주저 없이 내린 결단이었다고, 누구보다 자신에게 추상같이 엄격하고 또 당당하려 했던 인간 박원순 평생에 걸친 삶의 자세가 고스란히 응축된 결단이었다고 나는 믿는다"고 했다.
특히 김 명예교수는 "나도 교수직을 수십년 해오면서 나를 스승으로서 사랑하고 따랐던 제자들이 많았다"며 "이들과 손목도 잡고 격려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사제 간의 정 나눔이지 무슨 도덕적 윤리적 일탈이 개입했겠냐"고 했다.
김 명예교수는 박 전 시장의 묘역이 '민주화 성지'로 불리는 모란공원으로 이장된 것과 관련해서는 "나라와 사회와 민중을 위해 고락을 함께했던 많은 선배 동지들 곁에 자리 잡았는데 네 마음에 흡족하고 또 편안하냐"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시정의 못난 자들, 모자란 자들, 사악한 자들이 쏟아내는 비난과 모략과 폄훼를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지난 9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3주기 추모제가 경기 남양주 모란공원에서 열렸다. 이번 추모제는 지난 4월 박 전 시장의 묘소가 경남 창녕군에서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으로 이장된 이후 첫 기일에 열린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박 전 시장 배우자 강난희 씨와 유족 등을 포함해 박 전 시장 지지자 모임인 '박원순 서울시장 3주기 준비모임' 회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2020년 비서 성추행 의혹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 전 시장은 같은 해 7월 고향인 경남 창녕 선영에 묻혔다.
그러다 이듬해 9월 한 20대 남성이 '박 전 시장은 성추행범으로 나쁜 사람인데, 편히 누워 있는 게 싫었다'며 삽으로 묘소를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유족들은 박 전 시장 묘를 모란공원으로 이장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모란공원에는 청년 노동자 전태일 열사를 비롯해 서울대생 박종철 열사, 인권 변호사 조영래 등 40여년간 민주화운동을 하다 희생된 민주 열사들의 묘역이 있다.
하지만 여성단체들은 박 전 시장 묘의 모란공원 이장은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성범죄 의혹이 불거졌던 박 전 시장이 민주화 운동 열사들의 성지로 불리는 모란공원으로 가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모란공원은 사설 묘역이라 유해 안장에 대한 별다른 조건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모란공원 측은 "여기는 일반 공원 묘지"라며 "민주화 열사들이 많이 모셔져 있어 외부에는 그렇게(민주화 운동의 성지) 알려진 측면이 있지만 유해 안장에 대한 기준이 따로 있거나 심사하는 곳은 아니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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