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지방자치제, 이대로 괜찮은가요?"

인구 적고 고령인구 많은 농어촌지역일수록 단체장 및 토호세력 비리 흔해
인구 5만 의성군도 지방자치제 폐해 두드러져

경북부 이현주 기자
경북부 이현주 기자

1995년 지방자치제가 본격 시행된 후 인허가권과 인사·예산을 쥐고 있는 제왕적 자치단체장의 비리, 토호 세력과 지자체 간의 유착 등 온갖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제의 근간이 되는 지방선거는 유착 비리의 시작점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폐해가 크다. 선거 과정에서부터 토호 세력과 단체장 등 선출직과의 유착은 시작되고 선거 후 비리로 이어지는 순이다.

하지만 이를 감시해야 할 지방의회 의원들은 오히려 같은 편이 되거나 자신들이 더 주도적으로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방의회 무용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여기에다 사정 기관인 경찰도 역할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병폐가 농어촌 지역에서 유난히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농어촌은 인구가 적고 고령인구가 대부분인 데다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도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탓에 여론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게다가 끼리끼리 문화와 폐쇄적 사회 분위기는 이런 우려를 더욱 심화한다. 잘못이 있어도 내 편이니 눈감고, 까발리면 나만 손해를 보니 또 눈을 감는 식이다.

인구 5만여 명에 불과한 경북 의성군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현재 의성군은 3선인 김주수 군수가 '뇌물 수수' 혐의로 수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김 군수는 2017년 의성군 건설도시과장이던 A씨를 통해 건설업자 B씨로부터 공사 수주 등의 대가로 2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과 관련한 2021년 경찰의 압수수색에서도 현금 2천만 원의 돈뭉치가 김 군수 자택 책상 아래에서 발견돼 또 다른 뇌물일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의심받았다. 앞서 김 군수는 2016년에도 측근이 연루된 또 다른 뇌물 스캔들에 휘말렸다.

일부 군수 측근들의 이권 챙기기나 크고 작은 권력 남용이 도를 넘는다는 여론도 많다. 인허가 및 인사 개입, 공사 수주 등에 대한 영향력 행사가 그것이다.

설상가상 일부 의성군의회 의원은 견제 역할보다 친집행부 행보를 보이며 개인 이익 추구 등 젯밥에만 관심이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대표적으로 한 군의원은 군수 측근임을 내세우며 집행부 의사결정에 개입하기 일쑤인 데다 지난해 군수가 참석한 군의원 연수 만찬 자리에서 군수에게 충성 맹세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민의 뜻을 받들어 군정 감시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는 다른 군의원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직사회의 질서도 무너져 버렸다는 쓴소리가 내부에서부터 터져 나온다. 단체장에게 직언을 하는 의로운 공무원들은 본청에서 밀려나 있고, 요직에 있는 일부 공무원들은 단체장 눈치 보기에 급급해 지시가 떨어지지 않으면 아예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공직사회 안팎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는 건전한 조직문화 및 내부 자정 기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이제 '지방자치제, 이대로 괜찮은가'에 대한 질문과 진단을 우리 사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높은 이상을 가지고 출발한 지방자치제의 맹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현실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갈수록 인구 소멸 및 노인인구 증가가 가속화하는 농어촌 현실을 감안할 때 획기적인 행정구역 개편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이대로는 계속 갈 수 없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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