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에 익숙한 기자에게 이 책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미술사학자이자 이 책의 지은이인 강희정 서강대 교수는 "우리 사회는 서양에 경도돼 있어서 서양 가치관으로 사고하는 게 자연스럽다"며 "동양을 알지 못하면 서양 중심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평했다.
그의 말처럼 기자를 포함해 대부분은 서양 미술에 중독돼 있다. 우리나라, 나아가 동양미술은 우리 것이라 으레 명맥을 이어가야 하지만, 고리타분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지은이의 표현처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서양 쏠림'과 '동양에 대한 무관심'을 타파하고, 사고와 인식을 확장해줄 수 있는 책이다.
이번 책은 '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시리즈의 3편이다. 1, 2편이 인도와 중국 미술을 각각 다뤘다면 이번 책은 인도와 중국, 서양까지 잇는 실크로드 미술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이 책의 주요 배경인 '타클라마칸 사막'은 실크로드 가운데서도 가장 험난한 구간으로,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곳이라 불린 불모의 땅이었다. 실크로드 상인들은 목숨을 걸고 이 사막을 건넜으며, 중개무역을 통해 큰 돈을 벌었다. 타클라마칸 사막의 오아시스 도시들 역시 이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며 덩달아 부를 쌓았다. 부유한 실크로드 상인들, 실크로드 핵심에 있는 도시의 권력자들은 자신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사원 조성에 앞장서는 등 적극적으로 종교에 후원했다. 인도의 석굴사원, 서역의 불교 미술이 어느 순간 그토록 화려해진 데는 이들의 강력한 후원이 있었다. 실크로드의 경제적 발달이 미술의 발달을 가져온 것이다.
목숨을 걸고 실크로드를 건넌 이들 중에는 아시아의 구법승들도 있었다. 그들은 부처의 가르침을 구하기 위해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 불교 종주국인 인도로 향했다. 후에 고국으로 돌아간 구법승들이 불교를 전파하며 불교 미술 또한 아시아 전역으로 퍼지게 된다. 인도 미술이 동쪽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미술은 온갖 지역성을 흡수하며 끝없이 변화했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불상은 인도에서 기원했으나, 인도 불상이 똑같지 않은 것은 이같은 연유에서 비롯됐다. 상인의 부를 향한 욕망, 구법승의 구원을 향한 열망은 실크로드 미술을 만든 원동력이었다.
타클라마칸 사막의 오아시스 도시들 중에 특히 불교 미술이 활짝 꽃피고 경제적으로 부유했던 도시가 '호탄'과 '쿠차'였다. 돈이 마르지 않았던 탓에 두 도시는 쉼 없이 외세의 침략을 받았고, 강대국의 속국이 되었다. 나라 잃은 백성과 왕들은 그 고통 속에서 신앙에 의지해 아름다운 사원을 지었다. 쿠차의 '키질 석굴사원'은 이들의 슬픔과 희망이 담긴 공간이었다. 이처럼 이 책은 단순히 미술 작품에 대한 품평을 넘어 실크로드에 얽힌 역사적 스토리를 이야기하고 있는 데다 구어체로 문답식 형식으로 내용을 채워 독자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매력을 갖고 있다. 551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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