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1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사실상의 '조건부 신속 가입'을 약속했다. 하지만 막역한 조건부 약속에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나토 31개국은 11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정상회의 첫날 채택한 공동성명 11항에서 "우리는 회원국들이 동의하고 (가입에 필요한) 조건이 충족되면 우크라이나에 가입 초청장을 보낼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31개국은 가입 절차가 개시될 경우 가입 신청국이 거쳐야 하는 절차인 '회원국 자격 행동 계획'(MAP·Membership Action Plan)을 면제해주기로 합의했다.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공동성명에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의 회원국이 될 것이라는 2008년 부쿠레슈티 정상회의 약속을 재확인했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2008년 선언은 당시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을 의미한다. 당시 공동성명에서 나토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 열망을 환영한다"며 "이들 나라는 나토의 회원국이 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지난 4월 나토에 합류한 핀란드는 MAP 면제를 적용받아 신청서 제출 약 11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가입했으며 스웨덴도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다.
MAP 면제는 어디까지나 정식으로 가입 절차가 개시돼야 유의미한 조처다. 막연한 조건부 약속인 데다 구체적인 일정도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앞서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시간표가 정해지지 않는 것은 전례 없고 터무니없다"며 "이는 러시아에는 테러를 계속할 동기가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리투아니아 빌뉴스를 방문해 시내에서 한 연설에서도 "나토는 우크라이나를 더 안전하게 만들 것이고, 우크라이나는 나토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자격이 있다고 역설했다.
▶이날 나토 공동성명은 막판까지 지속된 각국의 이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나토 동부전선 국가들이 더욱 확실한 약속을 요구했으나 미국, 독일 등 다른 주요국은 전쟁이 진행 중이어서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공동성명 발표에 앞서 기자들에게 "긍정적 신호를 보낼 것"이라면서도 가입과 관련한 일정표는 제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나토 31개국은 우크라이나에 실질적인 지원을 뒷받침하자는 데는 한 목소리를 냈다. 독일, 프랑스 등은 개별국 차원의 추가 지원책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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