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증자살인과 괴담 정치

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공자의 제자인 증삼(曾參)은 뛰어난 인품과 학식으로 증자(曾子)로 추앙을 받은 인물이다. 그와 관련한 고사 중 증자살인(曾子殺人)이 있다.

증자와 성과 이름이 같은 일족이 사람을 죽였다. 증자로 착각한 사람이 증자의 어머니에게 "증삼(증자)이 사람을 죽였어요"라고 알렸다. 증자의 어머니는 그럴 리가 없다며 베 짜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조금 후 다른 사람이 와 증자가 살인을 했다고 얘기했다. 어머니는 여전히 그 말을 믿지 않고 계속 베를 짰다. 또 다른 사람이 찾아와 똑같은 말을 하자 증자의 어머니는 두려워하며 베틀의 북을 던지고 담을 넘어 도망쳤다.

여러 사람이 아들이 사람을 죽였다고 하니 천하의 증자 어머니도 자식을 믿지 못하게 됐다. 증자 어머니의 심리 변화 과정은 이렇게 유추할 수 있겠다. 아들이 사람을 죽였다는 말에 처음엔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믿었을 것이다. 두 번째에는 '혹시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의심하는 마음이 들었지 싶다. 세 번째에는 '진실일 수도 있겠구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나지 않지'라는 생각에 이르렀을 것이다.

광우병, 천안함, 세월호, 사드 전자파, 청담동 술자리 등 근거 없는 괴담(怪談)들을 접했을 때 대부분 사람들도 처음엔 증자 어머니와 같은 심리였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치부했지 싶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좌파 진영이 증자 어머니에게 아들이 사람을 죽였다고 알려준 사람들처럼 집요하게 괴담을 쏟아낸 결과 '그럴 수도 있겠구나', 나아가 '진실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광우병, 사드 전자파, 후쿠시마 오염수 등 특히 건강에 직결된 괴담들엔 더 쉽게 속아 넘어갔을 것이다.

민주당 등이 유포한 괴담들 중 사실로 판명이 난 것을 찾아볼 수 없다. 괴담 유포자들은 사실 여부엔 관심이 없다. 지지층 결집과 상대 진영 공격을 위해 국민 분노와 불안 심리를 교묘히 부추기며 괴담을 쏟아내는 데 몰두할 뿐이다. 정치적으로 괴담에 선동되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괴담은 이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괴담의 불합리함을 검증하고, 부당함을 비판하며, 불건강함을 교정할 수 있는 시스템과 국민 역량이 미약하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고질병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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