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남 마약음료' 주범, 중국 공안에 체포…국내 송환 추진

20대 한국인 이모 씨에 인터폴 적색수배
중국 공안에 협조 친서·실무 출장단 파견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음료' 유호 사건의 주범이 중국에서 검거됐다.

경찰청은 한국 국적 이모(26) 씨가 지난 5월 24일 중국 공안에 체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이씨의 국내 송환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중국에 머무르며 범행을 꾸민 뒤 국내외 조직원들에게 마약음료 제조·배포를 지시한 정황을 파악했다.

이후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를 통해 적색수배를 내려 소재를 추적 중이었다.

이씨는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책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기 위해 중국에 간다"고 지인과 가족에게 알린 뒤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4월 20일 마약음료 사건 주범 검거에 협조해달라는 취지의 친서를 중국 공안에 보냈다. 또 중국 공안에 이씨를 추적할 단서를 전달하는 한편, 실무 출장단을 중국에 파견했다.

국내에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에 가담한 전력이 있는 이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마약음료를 이용하기로 하고 중학교 동창인 길모(25) 씨에게 마약음료 제조를 지시했다. 길씨는 경찰에서 "친구 이씨 지시로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음료를 제조한 뒤 고속버스와 퀵서비스를 이용해 서울에 보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씨는 중국에서 공범과 함께 길씨 등 국내 전달책들에게 범행을 지시, 마약음료 제조용 빈병과 상자·판촉물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또 중국에서 거는 인터넷전화 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주는 중계기 업자도 구해 범행에 사용했다.

길씨는 '던지기 수법'(거래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지 않고 특정 장소에 마약을 두고 가면 구매자가 찾아가는 방법)으로 구한 필로폰 10g을 우유와 섞어 마약 음료 100병을 제조해 아르바이트생 4명에게 보냈다. 아르바이트생은 4월 초 이를 서울 강남구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근처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라고 속여 미성년자 13명에게 나눠줬다. 이 가운데 9명이 실제 마약음료를 마셨고 6명은 환각 등 증상을 겪었다.

한편 마약 음료 사건에 사용된 필로폰을 판매한 중국인 조직도 체포됐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는 이날 국내 체류 중인 중국 국적의 총책 A(36) 씨 등 중국인 4명을 범죄단체조직죄 혐의로, 중간 판매책인 중국 교포 B씨(50) 등 21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하부 판매책 및 투약자 등 52명에 대해서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지난 2월~6월 중국으로부터 밀반입된 필로폰 2.5㎏을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일대에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역시 강남 마약 음료 사건 일당에게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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