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소심한 사람들만 남았다

김이환 지음/북다 펴냄

김이환 지음/북다 펴냄
김이환 지음/북다 펴냄

지난해부터 시작된 성격유형 검사 'MBTI' 열풍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MBTI 궁합부터 시작해 약속이 취소됐을 때 MBTI별 모습, 여행지에서 MBTI별 모습 등 MBTI별 성격을 잘 나타낸 콘텐츠들이 무궁무진하게 나오면서 SNS 이용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그중에 많은 이의 공감을 얻은 영상이 하나 있는데, 바로 '식당에서 주문하기' 편이다. 외향형 'E'들은 거침없이 "사장님~이모~"를 부르며 음식을 시키지만, 내향형 'I'는 눈치를 슬며시 보며 몇 번이나 사장을 부르는 데 실패한다.

꾸준히 특색있는 SF 소설을 써온 김이한 작가가 또 재밌는 상상을 했다. 바로 내향형 MBTI처럼 하루아침에 전 세계가 잠들어 버린 세상에 소심한 사람들만 남았다면? 김 작가가 7년 만에 장편소설 <소심한 사람들만 남았다>로 돌아왔다.

소설 배경은 이렇다. 수면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이 잠들었다. 마치 코로나19를 겪은 현세대의 우리와 비슷하다. 소설 속 인물들도 바이러스 관련 규제로 3년간 집에서만 생활하는데 그만 그동안 생존을 책임지던 배급이 동나기 시작한다. 고민 끝에 주인공들은 집을 나서기로 하는데,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소심함. 이제는 소심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야만 한다. 대개 세상을 구하는 영웅들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인데 과연 이들은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책은 더욱 재밌다. 주인공들은 작은 일에도 상처받고 그 이상으로 혹시 타인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을까 걱정하고 내 주장 한번 마음껏 펼쳐보지 못한다. 또 어색한 분위기를 참지 못해 아무 말이나 하다 늦은 밤 혼자 '이불 킥'한다. 그들은 "괜찮다"를 입에 달고 살지만 마음은 이미 헐었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공감을 넘어 답답함까지 들기도 하는데 왜일까 괜히 짠하다. 아마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이런 소심한 면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결론이 궁금해서 단숨에 읽히는 책이다. 재밌는 전개는 물론, 점차 기억에서 사라지는 코로나19 시절 그때 함께 바이러스를 이겨냈던 많은 관계가 얼마나 힘이 됐는지 기억하게 해준다. 260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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