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만 접했던 '문학'이 최근 '콜라보 열풍'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연예계, 게임, 스킨케어 브랜드 등에서 문학 마케팅을 시도하면서 MZ세대가 '문학'을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고 있다.
장보기 애플리케이션인 마켓컬리는 2021년 김영하, 김중혁, 김겨울, 장류진 등 4명의 베스트셀러 작가와 협업해 사이트에서 특정 키워드를 입력하면 작가의 글을 읽을 수 있는 'Love food, Love Moments'를 진행했다. '좌절에는 토마토', '분노의 당근파티', '치유의 감자' 등 작가들이 음식에서 느꼈던 삶의 감정을 이야기로 선보인 것이다.
지난해에는 연예계와 문학계가 손잡았다.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김초엽 SF소설 작가가 지난해 10월 걸그룹 르세라핌 2집 미니앨범 '안티프래자일'(ANTIFRAGILE)에 참여하면서다. 이 앨범에는 SF판타지 소설 '크림슨 하트' 책자가 구성품으로 들어있는데, 김 작가는 크림슨 하트 프롤로그 작업에 참여했다. 이 이야기는 김 작가의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에서 위험에 처한 지구에서 살아가는 소녀들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르세라핌과 함께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 아이브도 <보건교사 안은영>, <피프티 피플> 등을 쓴 정세랑 작가와 손을 잡았다. 지난해 8월 신곡 프로모션의 하나로 공개된 '아이브 서머 필름'에서 나오는 아이브 멤버들의 내레이션을 정 작가가 집필한 것이다. 단편 청춘영화 같은 분위기를 내뿜은 해당 영상은 공개 반나절 만에 조회수 50만 회를 기록했다.
문학 마케팅 열기는 올해도 이어진다. 화장품 브랜드 '이솝'은 지난 6월 서울 한남동과 신사동 가로수길에 '우먼스 라이브러리'를 만들었다. 여성작가 14인을 뽑아 선반 위에 화장품 대신 이솝 브랜드 향수를 뿌린 작가들의 책을 전시하고 무료로 책을 나눠줬다. 사람들은 입장을 위해 30분 이상 웨이팅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이 밖에도 배달의 민족은 지난해 서울 국제도서전에서 문학을 배달하는 참여형 에세이 부스를 열었고, 기업 롯데는 롯데월드타워 야외 잔디광장에 베르테르의 정원을 조성했다.
이처럼 문학 마케팅이 뜨는 건 MZ세대가 다양한 방식으로 독서를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SNS에 책을 읽고 다양한 이미지로 독서 인증을 남기는 '북스타그램' 사용자가 많아져 이를 따라 하는 이들도 늘었고, 책을 추천하는 유튜버, 팟캐스트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스스로 알아가기를 중요시하는 MZ세대 특성상 책을 통해 배움을 얻고 생각을 공유하게 되면서 문학에 관심 갖는 이들도 크게 늘고 있다.
직장인 A(27) 씨는 "요즘 서점에 가면 디자인 예쁜 책들도 많고 아픔과 힘듦을 이겨내는 법 등 작가가 책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도 MZ세대 감성과 잘 어울린다. 홀로 카페에 가서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지인들도 많은데, 이는 인간관계에 지친 이들이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이라며 "그런 감성을 건드린 문학 마케팅이라면 평소 책에 장벽을 느낀 사람들도 쉽게 독서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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