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동해안 5개 시군이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며 경북 경제발전 주축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2차전지와 원전·SMR(소형모듈원자로) 및 원자력수소, 교통망 개선을 통한 관광산업 확충 등 시대 흐름에 발맞춘 변화로 인구소멸을 극복하고 국가 성장도 이끌 전망이다.
◆포항은 지금 2차전지 '전 주기 생태계' 확립 중
13일 포항시에 따르면 포항은 1970년 포항종합제철소(현 포스코)가 첫 삽을 뜬 이래 가장 역동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
2차전지와 바이오·헬스, 수소산업 등 경북을 넘어 대한민국의 신성장 동력을 책임질 무수한 산업들이 포항을 중심으로 태동하고 있다.
포항종합제철소로 인해 인구 5만명의 가난한 어촌마을이 현재 50만명의 경북 제1도시로 부각된 것을 '영일만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지금의 산업 부흥기는 이른바 '두 번째 영일만의 기적'이다.

현재 포항 산업에서는 2차전지의 발전이 가장 눈부시다. 이달 말 예정인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발표에서도 포항의 '2차전지 특화단지' 선정이 높게 점쳐진다.
영일만산단·블루밸리산단에는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등 2차전지 소재분야 핵심기업들과 에너지머티리얼즈(GS건설), 해동엔지니어링, 우전지앤에프 등 전후방 기업이 집약되고 있다.
국내 최초 NCA 양극재 및 세계 최초 CSG 양극재 상용화 등 국내 2차전지 소재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에코프로 그룹은 2017년부터 2조9천억원을 들여 포항 영일만4산단에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를 구축하고 있다. 소재 생산에서 폐배터리 가공까지 전주기적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세계 유일 시설이다.
나아가 제2 포항캠퍼스 증설을 위해 블루밸리산단 내 69만여㎡ 부지에 약 2조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에코프로의 지역 고용창출 효과는 1천900여명에 이르며, 제2 포항캠퍼스만 1천100여명의 신규 창출이 예상된다.
포항캠퍼스 사업이 마무리되면 에코프로의 고용규모는 3천700명에 이를 전망이다.
양극재 산업 부문에서 고속 성장 중인 포스코퓨처엠 역시 2025년 준공을 목표로 영일만산단에 13만6천 톤(t) 규모의 양극재 생산 공장과 블루밸리산단 음극재 생산 시설을 건립하는 등 그룹 밸류체인을 조성 중이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11일 '2차전지소재사업 밸류데이'를 통해 3년 간 전체 투자 지출의 46%를 2차전지 소재사업에 쏟아붓겠다고 발표했다.
포스코퓨처엠의 포항 투자가 이미 활발한 가운데 이번 포스코그룹의 신규 투자 방침은 2차전지 중심도시를 꿈꾸는 포항의 분명한 호재다.

이밖에도 세계 전구체 1위 기업 중국 CNGR의 영일만산단 1조원 투자를 비롯해 국내외 글로벌 2차전지 기업들의 포항 투자금액은 오는 2027년까지 총 14조원 이상으로 예정됐다.
교육·의료·교통 등 기본 정주여건의 뒷받침도 지역민 삶을 보장하는 필수 요소다. '준비된 도시' 포항은 포스코의 발전에 발맞춰 지방도시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이미 훌륭한 생활 인프라를 갖췄다.
포항은 환동해지역의 산·학·연을 선도한다고 할 만큼 탄탄한 교육인프라를 갖췄다. 특히 국내 최고 대학 중 하나인 포스텍과 한동대를 비롯해 2곳의 전문대학이 지역 인재양성의 주축을 담당한다.
이 가운데 포스텍과 한동대는 지난달 21일 교육부 '2023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평가'에서 모두 예비선정됐다. 글로컬대학은 대학과 지역의 동반성장을 이끌어 갈 거점대학 육성 사업이다. 포항처럼 한 도시에서 2개의 대학이 선정된 것은 이례적이다.
유일한 약점이던 대학병원 부재 등 의료 인프라 확충 문제도 착실히 개선 중이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포스텍에 연구중심 의과대학을 설립해 의학·공학·임상 복합학위과정 8년의 의사과학자를 양성할 방침이다. 백신과 신약개발, 스마트 의료장비 개발 등 연구로 국내 첨단의료화의 첨병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철강 산업에 안주하지 않고 착실히 미래를 위한 투자를 이어갔다. 지금 포항은 경북을 넘어 대한민국의 산업 발전의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으로 계속 일자리가 늘고, 풍요로워져서 누구나 오고 싶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원자력 과학산업도시 경주, 수소경제벨트 허브 울진
지난 3월 국가 전략산업을 주축으로 국가산업단지 유치에 성공한 경주시와 울진군도 지역 산업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주시는 관광 중심도시에서 SMR(소형모듈원자로) 첨단 기술 보유 도시로, 원자력수소 도시로 거듭나는 울진군은 원전 '의존' 경제에서 '활용' 경제로 각각 대전환 중이다.
경주 문무대왕면 일원에는 2030년까지 세계 원전시장을 공략할 150만㎡ 규모 SMR 국가산단이 들어선다. 이를 통해 국가 차원의 차세대 원자력 연구개발 거점으로 도약한다.
경주시 감포읍 대본리 일원에는 국내 최대 원자력 연구단지 '문무대왕과학연구소'를 짓고 있다. SMR 등과 같은 원전 혁신기술을 개발한다.

울진군은 지난 3월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2029년 말까지 신한울원전 인근인 죽변면 후정리 일대에서 상용원전(한울원전)과 고온가스로(HTGR)를 활용해 수전해 청정수소를 대량 생산하고 수소를 활용하는 관련 기업을 대거 유치한다.
이미 한국원자력연구원, 포스텍 등 R&D 기관 8곳에다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 등 수소산업 관련 앵커 대기업 9곳과 입주 협약을 맺었고 제조업체도 82개 사를 확보했다.
울진군은 '1천만 관광시대' 계획도 병행하고 있다. 기존 자연 풍광 위주 관광에서 해양레저, 로컬체류 등 프로그램을 다변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교통 혁명으로 인구 증가를 꾀하는 곳도 있다.
울릉군은 최근 인구 추이가 감소에서 증가로 대전환을 맞았다. 최근 대형 여객선과 초쾌속선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 등이 운항하기 시작했고, 2026년부터는 울릉공항 하늘길도 열리기로 하면서 성장세로 선회했다.
울릉도내 대학을 유치하는 등 젊은층 유입에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동대가 단기 캠퍼스 설치를 계획하는가 하면, 해양대학 유치라는 큰 꿈도 그리고 있다.
영덕군은 내년 연말 포항~영덕간 고속도로 개통, 포항~삼척 동해선 철도 건설 등 교통호재를 디딤돌 삼아 경북 동해안지역의 허브로 거듭나고 지역발전도 꾀한다.
고속도로가 연결되면 영덕에서 포항까지 차로 20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또 동해선 철도 전 구간이 개통되면 포항에서 삼척까지 55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경북도는 이 같은 동해안 지역의 산업 발전을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다.
산업의 인공지능화·디지털화·스마트물류화를 돕고, 산불·홍수·태풍 등 재난에 대비할 재난안전플랫폼과 포항철강산단 통합관제센터도 조성한다. 소부장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해 지역 주력산업의 뿌리 또한 탄탄하게 다질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1시군-1대학-1전략산업 육성을 목표로 하는 경북도 'U시티' 정책을 펼쳐 지역 전략산업에 필요한 인재 육성을 바탕으로 정주인구를 확대하고자 한다. 동해안 시군 가운데는 울릉군이 그 시작에 해당한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북 동해안은 전통산업과 전통관광을 넘어 미래형 산업·관광·교육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한때 인구 91만을 찍었던 환동해 5개 시군의 인구 100만 재도전도 꿈이 아니다"며 "출생 인구가 떠날 필요 없는 곳, 타 지역 인구가 찾아오고 싶은 곳이자 국가 경제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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