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행자가 차량을 피하지 않고 도로 전 부분을 사용할 수 있는 '보행자 우선도로'가 시행 1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십억원을 들여 도로를 정비했지만 오히려 도입 이후 교통사고가 늘었다.
지난 12일 오후 7시쯤 찾은 대구 북구 대구보건대학교 주변 도로에선 경적을 울리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곳은 지난해 7월 지정된 '보행자 우선도로'다. 도로 양 끝에 보행자 우선도로를 안내하는 LED 표지판이 3m 높이에 걸려있었고, 노면에도 같은 글자가 적혀있었다.
보행자 우선도로는 보행자가 차량을 피하지 않고 도로 전 부분을 사용할 수 있는 도로를 말한다. '보도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도로'를 중심으로 대구·부산·대전 등에 21개가 지정됐다. 이 도로를 지나는 운전자는 서행, 일시정지 등 보행자 보호 의무가 강화된다. 이를 어기면 범칙금과 벌점이 부과된다.
하지만 차들은 당연한 듯 도로 중간을 달렸고 보행자들은 갓길로 몸을 피했다. 이날 취재진이 이곳을 지나가던 시민들에게 보행자 우선도로에 대해 묻자 모든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인근에 거주해 자주 이곳을 지나친다는 전모(32) 씨는 "표지판과 노면에 적힌 글씨를 봤지만 일반 도로와 큰 차이를 못 느꼈다"고 말했다.
대구에는 모두 7곳의 보행자 우선도로가 있다. 지역별로는 달서구가 4곳(상인2동 먹자골목, 두류동 젊음의 광장, 용산큰시장, 송현동 행복빌리지)으로 가장 많고 수성구(수성동1가)·북구(보건대)·동구(동부초) 등이 각 1곳을 운영 중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보행자 우선도로를 조성하기 위해 모두 23억5천만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문제는 거액이 투입된 보행자 우선도로가 실제 사고 예방에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달서구 용산큰시장, 수성구 수성동1가 도로는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된 후 오히려 교통사고 건수가 늘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이 2곳은 지난해 7월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된 후 각각 2건의 교통사고를 기록했다.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되기 전인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는 교통사고가 하나도 없었다. 지난해 상반기 2건의 교통사고를 기록한 달서구 상인2동 먹자골목 역시 지정 이후인 하반기에 3건으로 늘었다.
보행자 우선도로의 역할이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에도 대구시는 향후 더 늘려갈 방침이다. 신규원 대구시 교통정책과장은 "인식을 바꾸는 데에 긴 시간이 소요된다"며 "구·군청과 협의해 보다 더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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