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캠퍼스 풍경 스케치] "두 달 동안 훈련 잘 하고 갈게요, 태권~!"

항저우 아시안게임 앞둔 부탄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단
아시안게임 전지훈련장으로 경일대에 머물며 민간 외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부탄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단이 경일대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진 맨 뒤가 비카슈 라이(Bikash Rai) 코치, 앞줄 왼쪽부터 니마 왕디(Nima Wangdi), 사가르 라이(Sagar Rai), 셰링 양첸(Tshering Yangchen), 도르지 칸두(Dorji Khandu) 씨. 경일대 제공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부탄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단이 경일대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진 맨 뒤가 비카슈 라이(Bikash Rai) 코치, 앞줄 왼쪽부터 니마 왕디(Nima Wangdi), 사가르 라이(Sagar Rai), 셰링 양첸(Tshering Yangchen), 도르지 칸두(Dorji Khandu) 씨. 경일대 제공

"태권도 종주국에서 현지 적응 훈련 마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합니다. 많이들 응원해 주세요."

경일대가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온 부탄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단을 지원한다. 이달 12일 입국한 부탄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단 일행 5명이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9월 23일~10월 8일)에 대비해 2개월 남짓 경일대에 상주하게 된 것이다. 경일대는 이들에게 훈련장소 공유는 물론 숙소, 식사 등을 전액 지원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에 나선다.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부탄은 인구 80만 명 정도의 왕국이다. 태권도 실력이 국제적으로 수준급은 아니다. 태권도 국가대표의 최고 성적은 여자 57kg 이하급의 셰링 양첸(Tshering Yangchen) 선수가 '제13회 남아시아 아시안 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낸 것이다. 남아시아 아시안 게임은 남아시아 지역의 7개 국가(방글라데시·부탄·인도·몰디브·네팔·파키스탄·스리랑카)가 참가하는 대회다.

이들이 아시안게임 전지훈련장으로 한국, 그것도 경산의 경일대를 선택한 것은 특별한 인연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유일한 연결고리는 '태권도'였다. 대한태권도협회에서 전지훈련장과 숙소 제공 등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한 데 대해 경일대가 민간 외교의 다리가 되겠다며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었다.

부탄 등 작은 나라들을 대상으로 태권도 보급과 홍보를 위해 힘써온 협회와 경일대가 힘을 모은 것이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경일대 태권도학과 손태진 교수와 경일대 태권도부 선수들의 훈련 지원도 이들이 경일대로 향하게 된 이유였다. 함께 훈련하는 경일대 태권도부 선수들도 비슷한 생김새에 이질감이 적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서로 같이 섞여 있으면 피부색이나 머리카락 색깔로 구분하기 힘들다"고 했다.

입국한 지 열흘 남짓 지난 만큼 부탄 국가대표 선수들의 얼굴 표정은 한결 밝아졌다. 이들이 태권도를 처음 접한 건 초등학교 시절 방과 후 프로그램에서였다. 개인이 운영하는 태권도 도장들이 제법 있어서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씩 태권도를 단련해온 터였다. 게다가 몇 년 전부터 불어온 K-컬처의 영향력은 부탄에서도 세찼다. 태권도 종주국의 문화가 전세계에서 위력을 떨치니 이들의 자부심도 덩달아 높아졌던 것이다.

비카슈 라이(Bikash Rai) 코치는 "어릴 적부터 한국인들이 부탄에 와서 태권도를 전파했었다. 지금도 부탄 여러 지역에서 한국인들이 태권도 전파에 힘쓰고 있고 많은 부탄 학생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다만 태권도의 인기가 높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부탄에서도 태권도가 덜 전파된 지역이 있다. 그래서 이들의 장래 포부도 태권도를 자국에 널리 퍼트리는 것이라고 했다. 사가르 라이(Sagar Rai) 선수는 "부탄 사람 중에 태권도 지도자는 적다. 은퇴 후 태권도 도장을 차려 태권도 전파에 힘쓰고 싶다"고 했다.

경일대는 이들이 머무는 동안 특별 지원을 하고 있다. 정현태 총장은 "성공적인 전지훈련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며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며 "대한태권도협회에서 주선한 이번 합숙 훈련을 통해 우리 대학 선수들의 기량도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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