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선갤러리, 강원제·다미아노박 2인전 ‘Painting Zero’

7월 1일부터 31일까지
순간에 담긴 무한한 가능성 주목

다미아노박, 38,04939° N 12,54978° E Sicilia n.2, 2022, cyanotype photogram Hanji, 67x98cm.
'페인팅 제로' 전시가 열리고 있는 윤선갤러리 전경. 이연정 기자
강원제, NO.2394(The time of Kairos_Swing), 2022, flipbook machine, 13x20x17cm.
다미아노박, 38,04939° N 12,54978° E Sicilia n.2, 2022, cyanotype photogram Hanji, 67x98cm.

윤선갤러리(대구 수성구 용학로 92-2 수성스퀘어 1층)가 강원제, 다미아노박 2인전 '페인팅 제로(Painting Zero)'를 열고 있다.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순환하는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행위의 순간과 공간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두 작가의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다미아노박은 이탈리아 피렌체 국립미술원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하고 2014년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사진매체와 한지를 주 재료로 작업하고 있다.

그는 인화액을 바른 한지를 제주의 바닷가 바위나 모래사장에 펼쳐놓는다. 다양한 크기의 돌을 올려놓거나 바닷물을 끼얹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햇빛에 바짝 마른 한지는 독특한 풍경을 담아낸다. 작가는 활화산인 시칠리아 에트나산에서도 한지를 펼친다. 화산재를 얹고 털어내며 인화된 장면에는 시간성, 장소성과 함께 작가와 자연의 교감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오랜기간 해외에서 작업해온 그가 사진인화지 대신 한지를 사용하는 것은 한지가 곧 한국인의 정서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물에 담그고 씻는 과정을 반복하며 내구성이 높아지는 한지는 작업 과정에서 더욱 견고해지는 작가 스스로를 대변하면서, 파리와 이탈리아를 오가며 느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매개이기도 하다.

전시에서는 작가가 화산재와 현무암, 바닷물 등을 한지에 시아노타입(청사진)으로 인화한 작품과, 클로드 모네의 정원 '지베르니' 풍경을 한지에 인화해 콜라주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다미아노박 작가는 "나를 둘러싼 예상치 못한 숭고하고 아득한 찰나의 순간을 다양한 감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본질에 접근한다"고 말했다.

강원제, NO.2394(The time of Kairos_Swing), 2022, flipbook machine, 13x20x17cm.

강원제 작가의 작품은 생성과 소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로 페인팅' 시리즈는 캔버스 표면 위에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순간을 무지개, 구름, 꽃, 노을로 은유했다. 이 중 일부를 떼어내 작은 사이즈의 캔버스로 '셀렉티드 페인팅' 시리즈가 탄생했고, 떼어내고 남은 천들을 매달아 '언셀렉티드 페인팅' 작품으로 이어졌다.

윤선갤러리 관계자는 "작가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며, 그림이 완성되는 지점에서 다시 해체, 변형, 재생산하는 반복을 통해 회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 시작과 끝이 반복되고 순환됨을 보여주는 작품 '카이로스의 시간', 텅 빈 별을 통해 그림의 완성이라는 것이 실체가 없는 허상이고, 결국 결과보다 과정이 실체임을 얘기하는 작품 '블랙 스타' 등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는 오는 31일까지며, 두 작가의 작업 과정이 담긴 영상을 갤러리와 이어진 카페 '아트플렉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053-766-8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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