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이 지난해 '2023 다티스트(D-Artist)'에 선정된 김영진 작가의 개인전 '출구가 어디에요?'를 2, 3전시실과 선큰가든에서 열고 있다.
1946년생의 김 작가는 한국 1세대 설치미술가로 손꼽힌다. 설치미술이라는 개념조차 낯설던 1960년대 초부터 다양한 매체와 공간의 관계에 대해 과감한 실험을 이어왔다. 그에게 실험은 창작의 동력이자 시대의 상황, 문제의식을 예술로 이어주는 중요한 태도였다.
특히 그는 전국 규모의 집단적 실험미술 운동이었던 대구현대미술제에 5회 모두 참여했던 미술가(박현기, 이강소, 이건용, 최병소 등) 8명 중 1명이었으며, 1978년 제4회 대구현대미술제에 국내 최초로 실험적 비디오를 출품한 작가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도 끊임 없이 자신의 확장을 시도하는 그는 오는 9월 뉴욕구겐하임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한국 실험미술 1960~1970전'에 초대되며 세계적인 실험미술 작가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가 장르를 가리지않고 도전해 온 50여 년간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1974년 앙데팡당전과 대구현대미술제에서 처음 공개한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설치작업과 1978년 대구현대미술제 출품작인 신체 드로잉 비디오를 소개한다. 또한 신체의 오목한 부위를 석고로 떠내는 행위의 흔적을 설치한 작업, 사진과 불상(佛像) 오브제, LED 빛을 소재로 한 설치작업 등 작품 60여 점을 보여준다.
특히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선큰가든에서는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작가의 주변 인물을 음각으로 뜬 '2002(마스크-음각)'을 만날 수 있다. 가로 30m U자 공간에 펼쳐진 얼굴 마스크 1천170점은 관람객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도록 착시 설계해, 감상자와 시각적 교감을 유도한다.
3전시실에서는 의인화된 통닭구이 조형물과 피에타상이 시선을 이끈다. 창 밖 자연의 풍경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쓰러져 있는 남성을 받치고 있는 부처의 모습을 통해 인류 사랑에 대한 실천을 은유적으로 이야기한다. 작가는 관람객들이 쓰러진 남성의 발을 만졌을 때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전시를 기획한 정종구 수집연구팀장은 "작가는 내용, 형식의 한계와 기존 틀에 따른 제한을 거부하고, 본능적으로 새로운 출구를 찾는 '출구가 어디예요?'를 되뇌며 시공간의 관계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설치미술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10일까지. 053-803-7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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