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이 빨라지고 있다. AI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우리 생활 전반의 모습에선 많은 변화가 일었다. 당장 가까운 미래, 10년 뒤만 해도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을까.
2023년인 지금도 여행 플랫폼은 AI 서비스를 도입하고 대형 연예 기획사는 인공지능 가수를 키우려고 애쓴다. 이런 속도라면 10년 뒤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는 AI와 뗄 수 없는 AI 공존 시대를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다가올 이 시대가 편리함으로 가득할 것이라는 기대는 섣부르다. AI가 생성한 가짜뉴스가 벌써부터 활개를 치고, 범죄수법은 더 교묘해진다. 누군가는 AI로 일자리를 잃게 된다. 'AI 공존'시대의 명과 암은 갈수록 양극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AI가 공존하는 가상의 도시 매일시티의 모습을 통해 미래 10년 후 생활 모습을 그려봤다.

◆AI 여행, AI아이돌, AI 스포츠…이곳은 AI 세상
이곳은 2030년 대한민국 가상의 도시 매일시티. 나는 이곳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재현(17) 군이다. 매일시티의 시민들은 AI와 공존하며 산다.
AI도입 후 매일시티 시민들의 아침 풍경부터 바뀌었다. 아침에 일어나 한때 대한민국의 거대 검색 엔진 'N'포털에 들어가 세상 돌아가던 소식을 찾던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매일시티의 시민은 정보 검색을 위해 이제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보다 말을 하는 게 더 익숙하다. 챗GPT 등장으로 국내 ICT기업도 재빠르게 생성형 AI 개발에 뛰어들었고, 동시에 성장한 이 생성형 AI 시장 덕에 시민들은 휴대전화 음성서비스를 통해 AI에게 필요 정보를 묻고 얻는 중이다.
10년 전 N포털이 대한민국의 검색 시장을 독점했지만 매일시티에서는 이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국내 D사와 K사는 물론 일찌감치 생성형 AI시장에 뛰어들었던 세계적 기업 G사와 M사도 활약하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AI는 갈수록 고도화되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고르게 이용하게 됐다. 검색 수준도 높아지면서 시민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정보를 알차게 모을 수 있다.
마침 AI카톡으로 연락이 왔다. 친구 주헌이다. 이번 여름을 맞아 가족끼리 여행을 떠난다는데 여행 코스를 계획하기 위해 일일이 정보를 찾아보던 엄마와 다퉜다고 한다. 여행 플랫폼마다 구비한 AI 챗봇 서비스에게 맡기면될텐데 아마 주헌의 엄마는 이걸 몰랐나보다.
매일시티 시민은 이제 여행도 현명하게 한다. 일일이 여행지를 검색하고 맛집, 유명 관광지를 검색하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 T닷컴 등 여행 플랫폼들이 일찌감치 도입한 AI 챗봇 서비스는 여행지 선택부터 비용 예측, 항공, 호텔 예약 서비스까지 모두 한번에 제공한다. 챗봇이 다양한 여행코스를 제시하면서 시민들은 고민과 선택이라는 수고로움을 덜었다. 국내 여행뿐만 아니라 해외 어디를 나가도 손쉬운 여행이 가능해졌다.

집에 돌아오니 여동생 지현(15)이 공부는 안하고 가수 '덕질' 중이다. 지현이가 좋아하는 가수는 현실 세계 인물이 아니다. 10년 전부터 대형 엔터테인먼트가 인공지능과 대중가요를 결합하면서 인공지능 가수도 일찌감치 나왔다. 이들은 무려 6개 이상의 다국어로 노래가 가능한데다 수요자 맞춤형으로 얼굴도 바뀐다.
'여러 아이돌 연습생 중 내 원픽을 뽑는다'라는 오디션이 과거에 유행했는데, 이젠 내가 원하는 아이돌을 목소리부터 얼굴 생김새까지 만들 수 있다. AI와 함께 K-팝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졌다. 한국 인공지능 가수들은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BTS 버금가는 인기를 누린다.
시끄러운 동생을 뒤로하고 나는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야구 경기를 본다. 요즘 야구 경기는 판정 시비가 훨씬 줄었다. AI 판정 로봇이 스트라이크와 볼을 기가 막히게 구분하고 세이브와 아웃을 순식간에 판단하면서 시민들은 깔끔한 스포츠 관람을 즐기는 중이다.
스포츠 선수 기량도 한층 더 발전했다. 축구, 야구 영상을 분석하는 AI가 모든 선수의 움직임과 경기 상황을 포착, 분석해 맞춤형 리포트를 제공하는 시대다. 모든 데이터를 모아 경기 맥락과 전술 분석까지 제공하다니… 이제 어느 팀이 AI기술을 더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력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AI 기술이 범죄에…여전한 보이스피싱‧가짜뉴스
AI 발전으로 모든 게 편리하고 좋아 보이는 매일시티.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지만 않다. 야구경기를 즐기던 중 휴대전화가 울린다. 모르는 번호다. 이 저녁시간에 누가 전화를 걸었나. 전화를 받자마자 기분이 팍 상한다. 보이스피싱 사기범이다. 여동생 지현이가 분명 집에 있는데 지현이 목소리로 '오빠 살려줘!' 하더니 한참 말이 없다. 하도 이런 전화를 많이 받아 나는 이제 사기 전화를 구분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이 많다.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땐 나도 깜빡 속을 뻔했다. 범죄에 AI 음성복제 기술이 뻗치면서 AI가 생성해내는 말이 사람과 거의 구별할 수 없는 정도가 됐다. 심지어 주변 가족이나 지인의 성별과 말투, 고유의 억양까지 흉내내면서 범죄자들의 사기행각은 더욱 진했다. 세상이 갈수록 발전하면서 나쁜 행위도 덩달아 발전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채널을 뉴스로 옮겼다. 여기도 나쁜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가 더욱 활개친다. 뉴스에는 여당 대표가 거대 범죄 조직으로부터 상습적으로 마약을 건네받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범죄조직 대표와 어느 식당에서 만나 무언가를 주고받는 사진까지 공개됐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가짜뉴스와 가짜 사진이다. 보이스피싱 범죄처럼 생성형 AI를 이용해 만들어낸 가짜 뉴스가 유포되고 시민들이 혼란스러워한다. 뉴스 프로그램은 이 주의 '가짜뉴스+가짜사진' 코너를 만들어 방송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상대 후보를 비방하기 위해 가짜 사진을 악의적으로 퍼트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AI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일은 일반 시민들도 너무나 쉽게 다룰 수 있다. 이제는 어느 사진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10년 전부터 이같은 문제를 대비해 많은 국가들이 규제 방안을 마련했지만 고도화되는 기술과 범죄 수법 앞에는 무력했다.

때마침 아버지가 집으로 귀가했다. 옷이 땀으로 폭삭 젖은 걸 보니 오늘도 열심히 시위에 참여하셨나보다. 우리 아버지는 교향악단을 이끈 '지휘자'였다. 하지만 어느새 AI가 예술의 영역까지 들어오더니 그만 일자리를 뺏기고 말았다.
관현악단,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사람 지휘자는 요즘은 도통 잘 보지 못한다. 10년 전부터 서서히 도입된 로봇 지휘자들이 이들을 대신하고 있는데 로봇 지휘자는 사람의 지휘봉 궤적을 모션 캡처하고, 지휘봉의 운동 속도를 기록, 그 속도를 정확히 따라잡으면서 박자 계산에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우리 아버지처럼 일자리를 잃은 예술가들이 거리로 나와 매일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휘자뿐만 아니라 가수, 웹툰 작가 등도 AI에게 밥그릇을 빼앗기면서 저작권 분쟁이 치열하다.
'AI와 공존시대' 세상은 발전했지만 어두운 면도 만만찮다. 10년 후 매일시티는 또 어떤 모습일까. 명과 암이 양극화된 이 시대, 간극이 좁혀져 다같이 잘 살아갈 세상은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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