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소총도 못 만들던 나라가 방산 강국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방위산업과 함께 교통 인프라 및 원전 건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서 양국이 협력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한·폴란드 간 대규모 방산 수출 계약이 체결되고 이후 신속한 납품이 이루어져 왔다"며 "우리는 폴란드의 한국산 무기 추가 도입 계획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두다 대통령은 "한국 무기를 수입할 뿐 아니라 폴란드에서 생산하고 싶다"면서 K2 전차를 거론했다. 폴란드가 6·25 이후 북한과 70년간 군사적으로 대치하며 방산 역량을 키운 한국을 최적의 방어력 강화 모델로 꼽은 것이다.

폴란드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한국 방산 수출액 173억 달러의 71.6%(124억 달러)에 해당하는 무기를 한국에서 수입했다. 폴란드가 한국산 무기의 동유럽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을 계기로 'K-방위산업' 도약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한국은 2021년 기준 세계 무기 수출 시장 점유율 2.8%로 세계 8위 무기 수출국이 됐다. 정부는 이런 여세를 몰아 2027년까지 점유율을 5%로 끌어올려 방산 4대 강국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폴란드 등 동유럽을 비롯해 인도, 이집트, 말레이시아 등에서 수조 원대의 수주가 기대되는 등 방산이 '수출 효자'로 부상했다.

K-방산이 세계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가격 경쟁력, 기술 이전·현지 생산 전략, 신속한 대량 공급 등 강점이 많기 때문이다. 경쟁국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가성비 전략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K9 자주포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인 독일제 자주포와 비교해 성능은 비슷하나 가격은 2분의 1 정도다. 인도와 K9 자주포 100문 수출 계약을 하면서 90문을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하는 등 수입국의 요구에 맞춘 기술 이전에 적극적인 것도 장점이다.

주력 수출 품목 반도체 등의 부진으로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리 방산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무역 적자 구조화 위기를 헤쳐 나갈 수출 효자 품목으로 키워야 한다. 정부 주도로 방산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원 및 설비 투자가 이뤄지고 세제·예산 지원도 실행해야 한다. 소총 하나 만들지 못했던 우리 방위산업이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수출 효자 종목이 되는 것에 감개가 무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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