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구 서구 염색산업단지에서 황산이 대량으로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의 신속한 대처로 인명 피해는 막았지만 도심 속에서 황산 누출 사고가 벌어졌으니 시민들로서는 불안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사고 직후 관할 지자체가 보인 대처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저장 탱크에 황산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학반응이 일어나 1~2톤 분량의 황산이 흘러 넘쳤다. 하마터면 큰 인재(人災)로 이어질 뻔했다. 안전 시스템에 하자가 없었는지, 작업 부주의는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 재발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사고 직후 서구청의 대처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유독가스가 대기 중으로 확산되는 것을 보고 놀란 시민들의 목격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쇄도하고 119 신고가 빗발쳤다. 그런데도 정작 서구청은 재난 안내 문자조차 발송하지 않았다. 서구청 측은 황산 누출 사고 지점이 민가와 떨어져 있고 유해성이 낮다고 판단해 안전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안이하기 그지없다.
지역에서 황산 누출 사고가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는 경북 칠곡의 한 폐산중화처리업체에서 황산 누출 사고가 두 달 간격으로 잇따라 발생했다. 직원들은 현장을 빠져나갔지만 인근 주민들은 사고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당시 바람이 주택가 반대 방향으로 불어서 그나마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첫 번째 사고 때 군청은 재난 문자를 발송하지 않았으며, 두 번째 사고에서는 발생 35분이 지나서야 문자를 보냈다.
황산은 금속마저 부식시킨다. 실제로 2016년 황산 누출 사고로 한 비철금속 대기업 공장에서 6명의 사상자가 났다.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하지만 지난 한 해 국내에서는 모두 6건의 황산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황산은 어떤 경우라도 누출돼선 안 될 물질이다. 이 물질의 안전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업체는 말할 것도 없고 지자체도 지도 점검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아울러 정부가 "기업 투자를 막는 '킬러 규제'를 해소하겠다"며 화학물질 규제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혹여나 이런 일련의 규제 완화가 화학물질 안전사고 위험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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