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사태로 눈앞에서 아내 실종 목격…집중호우 안타까운 사연들

전날 음주로 늦잠자 산사태 피해 면한 사연도

기습적인 폭우가 내린 15일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의 한 마을이 초토화된 모습이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기습적인 폭우가 내린 15일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의 한 마을이 초토화된 모습이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기록적인 폭우에 안타까운 사연도 쏟아지고 있다.

16일 찾아간 감천면 벌방리 산사태 현장에서는 "아내를 찾아달라"며 눈물을 쏟는 A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몇 년 전 귀농한 A씨는 전날 새벽 발생한 산사태로 눈앞에서 아내가 실종되는 상황을 목격했다. 그는 집 앞에 흐르는 도랑의 물이 갑자기 불어난 것을 보고 불안한 마음에 아내와 함께 대피에 나섰다.

안전한 곳으로 가기 위해 집과 이어진 다리를 건너야 했는데, 매섭게 흐르는 물살이 무서워 건너지 못하겠다며 집으로 되돌아간 아내. 그 순간 산사태가 났고 A씨는 눈앞에서 아내가 들어간 집이 휩쓸려 나간 것을 지켜봐야 했다.

밖에 있었던 A씨는 다행히 몸을 피할 수 있었지만, 아내는 아직 생사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영주시 영주동 기독병원 장례식장에는 산사태로 매몰된 딸을 구하려다가 함께 참변을 당한 부녀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주위를 숙연케 했다.

숨진 김모(67) 씨는 15일 오전 7시 27분쯤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되면서 숨졌다. 집에 있던 첫째 딸(25)도 아빠와 함께 변을 당했으며, 엄마 정모(58) 씨만 가까스로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 기독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토사가 집을 덮치기 전 낙엽 등 이물질이 쌓인 집 앞 도랑을 정비하러 나갔던 김 씨는 산에서 흙탕물과 흙더미가 쏟아지자 불편한 다리를 끌면 집으로 왔다. 토사가 창고를 집어삼킨 후 집 쪽으로 쏟아지자 김 씨는 그곳에서 잠을 자고 있는 딸을 구하려 다가갔다 순식간에 휩쓸려 변을 당했다.

숨진 김 씨와 큰 딸, 엄마는 장애를 앓고 있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15일 문경에서 산사태 매몰로 사망한 태국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A(33) 씨는 1년전 세 아이를 태국 시부모에 맡겨 놓고 남편과 함께 문경 동로면 오미자 가공업체에서 맞벌이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사고 당일 숙소가 매몰 위험에 처하자 무언가를 가져 나오기 위해 남편과 함께 진입하던 중 토사물에 휩쓸려 사망했다.

산사태가 발생하기 전날인 14일 술을 마신 덕에(?) 운 좋게 목숨을 구했다는 사연도 있다. 효자면 백석리 마을 주민 B씨는 보통 새벽 5시를 전후해 자신의 과수원에 나가 일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의 밭은 이번 산사태로 휩쓸려 나간 구간에 위치해 있다.

그는 비가 와도 과수원 상황을 살피기 위해 이 시간이면 나가는데, 사고 전날은 마을 지인들과 음주를 해서 늦잠을 잔 바람에 평소 나가는 시간에 나가지 못했고 다행히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B씨는 "술 마시고 늦잠을 자서 살았지 원래 일하던 시간에 나가서 일을 시작했으면 분명히 산사태에 휩쓸려 것"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기습적인 폭우가 내린 15일 경북에서만 16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된 가운데 예천군 효자면 백석경로당에서 대피한 주민들이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기습적인 폭우가 내린 15일 경북에서만 16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된 가운데 예천군 효자면 백석경로당에서 대피한 주민들이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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