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15대가 침수된 충북 오송 지하차도에서 실종자의 시신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자연재해가 빚은 결과지만, 행정당국의 사전 조치가 부족했던 정황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예견된 참사'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15대가 인근 미호강에서 유입된 물에 잠겼다. 폭우의 영향으로 제방이 무너지면서 하천의 물이 쏟아진 것이다. 경찰의 CCTV 분석에 따르면 버스 1대, 트럭 2대, 승용차 12대가 지하차도에 갇혔다.
현장에는 소방 180여 명, 경찰 60여 명, 군부대 등 인력 4백여 명이 투입돼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고 직후 9명은 구조됐으나, 16일 오후 기준 9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것은 모두 12명으로, 각 차량 탑승자 수를 정확히 알 수 없어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를 단순히 '천재지변'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근에 홍수 우려가 있다는 경고가 나왔음에도, 행정당국이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사고 당일인 15일 오전 4시 10분 인근 미호강에 홍수경보가 내려졌고 오전 6시 30분에는 경보 수준보다 높은 '심각' 수위까지 도달해 금강홍수통제소가 관할 구청에 교통통제 등이 필요하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행정당국의 교통통제는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오전 8시 40분 미호천교 인근 제방이 무너지면서 하천물이 순식간에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왔다. 길이 430m의 지하차도 터널은 2∼3분 만에 6만t의 물로 가득 찼다.
지하차도는 비가 내리면 침수가 자주 발생해 강수량이 많을 때 더욱 관리에 힘써야 하는 곳이다. 특히 사고가 난 궁평2지하차도는 미호천교와 직선거리가 600m 정도고, 가까운 제방과는 200여m 남짓한 데다 인근 논밭보다 낮은 지대였다. 침수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던 것. 지하차도에 배수펌프가 있지만, 배전실도 물에 잠기면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당국이 홍수 경보가 내린 뒤 4시간 30여분이 지나도록 차량통제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민과 사고 피해자들은 명백한 '인재'라고 주장한다.
사고 당일 현장에서 구조된 A씨는 "버스와 승용차 등이 주변에 많았는데 지하차도 앞뒤에서 물이 들어오더니 수위가 빠르게 높아졌다"며 "침수를 예상해 지하차도 진입로를 미리 막았더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왜 통제가 안 됐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와 관련 충북도 관계자는 "홍수경보가 내려도 도로상황 등을 파악해 차량을 통제하게 돼 있다"며 "이번 사고는 제방이 범람하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물이 쏟아져 들어와 차량을 통제할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호우를 계기로 재난안전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등 정부의 재난 예방과 대응 방식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호우대처 상황 점검회의에서 "재난 대응의 중심이 행안부이고, 책임도 행안부에 있다. 보다 중심 역할을 확실하게 해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래픽]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15대가 인근 미호강에서 유입된 물에 잠겼다. 이 사고 관련 확인된 사상자는 16일 오후 2시 기준 사망 9명, 부상 9명이다. circlem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https://www.imaeil.com/photos/2023/07/16/2023071617210295865_l.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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