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헤어질 결심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유쾌한 결별' 발언에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화들짝 놀라 '엄중 경고' 했지만 오히려 '민주당 분당론'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계기가 됐다. 이 의원은 당 지도부의 경고에 "(이재명 대표와) 같이 못하겠다는 그룹이 (당내에) 상당수 있다. 탈당을 왜 우리가 하느냐"며 이 대표의 퇴진을 촉구하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이 대표와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고서야 맞설 수 없는 5선 중진의 결기다.

거대 야당의 분열은 여의도 정가에서 오래전부터 예견돼 온 시나리오였다. 총선 때마다 당권을 장악한 주류는 '시스템 공천'을 명분으로 비주류에 속한 의원들을 '공천 학살' 해 온 것이 여야를 가리지 않는 관행이었다. 공천 파동은 자연스럽게 분당과 신당 창당으로 이어졌다.

비명계의 집단 탈당 및 분당은 총선을 통해 사법 리스크를 돌파하고 차기 대선을 향해 나아가려는 이 대표로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일 것이다. 그러나 친명·비명 갈등이 공천 전쟁으로 비화하는 것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지금 민주당을 지배하는 것은 공천 학살에 대한 공포다. 친명계가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이 대표가 공천권을 빼앗기는 사태를 가장 두려워한다면 비명계는 '째깍거리며' 다가오는 공천 학살 공포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래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며 단식 농성을 하는 등 앞장서는 비명계 의원의 행보는 측은해 보였다.

강성 '친명'으로 소문난 비례대표와 원외 인사의 '비명'계 지역구 도전은 공세적이다. 김의겸, 김병주, 양이원영 의원 등 비례대표는 선거사무실을 비명계 지역구에 열어 공천 학살을 예고했다. 비례대표가 재선에 도전할 때 자당 현역 의원 지역구를 피하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재선 도전에 나선 비례대표와 현근택, 양문석 등 대표적인 친명 원외 인사들은 비명계 지역구 도전을 공식 선언함으로써 관행을 파괴했다.

이 대표는 이들의 행보에 가타부타 언급을 하지 않는 것으로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 장마를 이유로 이 대표와의 회동을 연기한 이낙연 전 대표의 행보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재명과 이낙연은 '헤어질 결심'을 했을까? '분당' 시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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