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후 1시 30분 경북 영주시 장수면 갈산리 마을에는 제2신속대응사단 황금독수리여단 소속 장병 30여 명과 주민들이 삽을 들고서 토사가 밀려든 집안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 옆에선 굴삭기들이 산사태로 무너진 주택 2곳의 잔여물을 덤프트럭에 옮겨 싣고 있었다.
요란한 기계음이 복구 작업의 시동을 알렸으나 말 그대로 이제 겨우 시작이었다. 주택이 매몰된 곳으로부터 약 10m쯤 떨어진 집 바닥에도 흙탕물이 가득했고 주방과 안방 등에는 밀려온 토사물이 가득했다.
푹푹 찌는 더위에 복구 작업에 나선 군 장병과 주민들은 뚝뚝 떨어지는 땀을 팔뚝으로 닦아내면서 쉼 없이 작업에 열중했다.
주민들은 언제 복구가 끝나 일상으로 돌아갈지 몰라 걱정이다. 산사태로 건물 곳곳의 기반이 약해져 나중에라도 언제 집이 무너질지 몰라서다.
장모(51) 씨는 "우리 집 벽은 시멘트뿐 아니라 흙도 섞여 있어 이번 산사태로 건물이 많이 약해졌을 것"이라며 "복구공사 중에 전기와 수도 등도 고장 나 당장 집을 어떻게 수리할지 가장 큰 걱정이다"고 말했다.
◆때 아닌 '추가 호우'에 복구도 수색도 차일피일
이처럼 경북의 재난 당국과 타 지역의 도움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종자 수색과 복구는 하세월이 걸릴 전망이다.
대부분 산비탈을 중심으로 사고가 난 데다 오래된 가옥이 대다수라 사고 이전 모습을 가늠케 해 줄 지적도와 건축도면도 변변찮다.
이렇다 보니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피해 지역의 대략적인 면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쏟아진 토사가 기존 산비탈 지면으로부터 얼마나 높고 넓게 쌓였는지도 파악할 길이 없다.
특히 예천 일대에선 실종자 수색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추가 호우 예보까지 나오자 작업자들의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작업이 더디 걸릴 것은 물론이고 산사태(토사재해) 우려도 나온다.
추가 호우에 따른 사고 우려로 인해 민간 자원봉사자 등의 손을 빌리지 못하는 것도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종자 수색이 장기화하면 일대에 매몰된 주택 등의 피해 복구 또한 뒤로 밀릴 전망이다.
당국은 우선 실종자 수색부터 마치려 비가 오지 않는 시간대에 수색 작업량을 최대한 확대하기로 했다. 이날 군 1천484명, 경찰 345명, 소방 300명 등 거대 인력과 장비 125대(군 85대, 소방 40대)를 동원해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원래 지형과 산사태 이후 변화한 지형을 대조해 사람이 있을 만한 곳을 수색하면 가장 좋을 것"이라면서도 "상황이 여의치 않은 지금으로서는 지적도를 살펴 가며 수색 지역을 특정할 시간에 전문 수색 인력들이 삽 한번 더 파는 게 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호우 기상특보 해제' 20일은 돼야 본격 복구 전망
경북도는 실종자 수색이 한창인 예천군을 제외하고 영주, 문경 등 다른 피해지역은 그나마 복구에 속도가 나고 있다.
도는 도로와 주택의 토사를 제거하고 하천 제방 및 교량을 가설물로 대체하는 응급 복구를 시작했다. 경북도와 시군 재난관리기금, 정부 재난안전특별교부세를 동원해 장비와 자재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본격적인 복구는 이번 호우 기상특보가 해제되고 더 이상의 비 피해가 없을 것으로 점쳐지는 20일에야 시작할 수 있다.
정부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통해 국비 지원을 받고 행정안전부 주도로 관계부처 합동조사반도 꾸려질 예정이다. 그러면 공공시설 피해 전수조사와 사유재산 피해조사 결과에 따라 각 피해 사례별 복구 계획을 세울 수 있을 전망이다.
'원상복구'를 원칙으로 하는 수해 지역 복구 기준에 따를 예정이나, 재해 재발이 우려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개선복구를 거친다. 이번처럼 유례없던 산사태 지역에 대해서는 산림청과 민간 전문가 등이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 절차를 거쳐 복구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 관계자는 "본격적 복구를 시작하면 피해 지역에서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복구 계획을 세워 수행할 계획이다. 주민 피해를 하루빨리 회복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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