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에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폭우가 몰고 온 재앙에 몸 성한 게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마주한 현실은 절망이 가득하다. 이재민들이 잠시 몸을 기대고 있는 임시 대피소에는 한숨만 새어 나왔다.
17일 수해를 입은 예천군 감천면 한 주민은 "집은 무너졌다. 비가 너무 많이 와 겨우 몸만 나왔다. 평생의 손때가 묻은 세간살이를 모두 잃었다. 밭이며 논도 물에 잠기어 농사도 포기해야 한다.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감천면 벌방리 벌방경로당 임시대피소에 모인 이재민들은 폭탄을 맞은 것 같이 폐허가 된 삶의 터전을 바라보며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민 윤재순(66) 씨는 "여자들은 임시 대피소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남자들은 수해지역으로 나가 실종자 수색작업을 돕고 있다"며 "모두가 고생하고 있고 빨리 해결돼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예천진호국제양궁장에 마련된 임시주거시설에서 만난 80대 김모 씨는 천장과 바닥이 뚫린 '재난 구호 쉘터'에서 지내며 "열여덟에 시집을 와 지금까지 살던 집을 잃었다. 이런 재난은 처음 겪었다"고 했다.
몸을 누일 수 있다는 데 감사하면서도 임시거주지의 모기와 파리 등 해충은 쉼을 방해한다. 옷 하나 챙겨 나오지 못해 입고 있는 옷에서 땀 냄새 등이 나는 것도 집 잃은 설움을 더한다.
충격과 불편한 생활로 불면증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재민들도 많다. 한 할머니는 "눈을 감으면 산사태 나는 당시 상황이 떠올라 잠을 자지 못한다"고 했다.
경북 봉화군 봉성면 우곡2리 오그레미 마을회관에는 일상을 잃은 주민 20여명이 모여 지내고 있다. 이곳은 전기가 모두 끊겨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다.
봉화군 창평리 마을회관에서 사흘 째 지낸 권오숙(81) 씨도 "늘 혼자 있다가 갑자기 20명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제대로 씻을 수도 없고 잠도 잘 못 잔다"며 "젖은 집 내부를 말리려고 난방을 켜두고 나왔는데, 오늘도 비가 온다고 해 집에 가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먹고 살길은 더 걱정이다.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김모(64) 씨는 수확을 앞둔 사과를 이번 수해로 모두 잃게 돼 눈물만 흐른다고 했다. 그는 "비가 그치면 손을 봐 조금이라도 수확을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토사가 덮친 과수원에서는 뭘 해야 할지를 몰라 넋을 놓고 바라만 봤다"고 했다.
애지중지 키우던 작물을 산사태로 모조리 잃은 봉화군 이모 씨는 "산에서 흙이 쏟아져 뒤덮었다. 아무것도 없다"며 "빨리 밭을 정리해 새로 작물을 심어야 하는데 엄두가 나질 않는다. 올해 농사는 모두 망쳤다"고 속상해했다.
한편, 경북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현재 경북 이재민은 이재민은 1천852가구, 2천832여명이다. 이날까지 현재 975가구, 1천359여명이 귀가했으나 900여 가구, 1천400여 명은 여전히 임시대피소에서 생활한다.
주택 36채가 부서지고 농작물 1천600여 ㏊가 물에 잠겼다. 가축 폐사도 6만 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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