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북부지역의 집중호우 인명 피해가 전국에서 가장 컸다.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되면서 참사가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예천군 감천면을 찾은 것도 이재민을 위로하는 것은 물론 현장을 살펴보고, 대책을 주문하기 위해서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산사태 우려가 큰 곳을 '산사태 취약 지역'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예천군의 효자면 백석리, 감천면 벌방리는 취약 지역이 아니다.
경북도에 따르면 16일 오후 5시 기준 예천·영주·봉화·문경에서 1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사망자 중 사망 원인이 '산사태'로 파악된 경우는 12명이다. 이 중 산사태 취약 지역(영주시 풍기읍 삼가리) 사망자는 2명이고, 10명은 취약 지역이 아닌 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짧은 시간에 강하게 내리는 비에는 안전지대가 따로 없음을 보여줬다.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를 계기로 산사태 취약 지역 지정이 의무화됐다. 지자체들은 매뉴얼에 따라 취약 지역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산사태는 취약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한 전문가는 "10년간 산사태 인명 사고가 난 곳을 거의 다 가봤는데, 대부분 정부에서 위험 지역으로 지정하지 않은 곳"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되풀이되는 '극한 호우'는 산사태 위험을 더 높이고 있다.
산사태는 산 절개나 벌목 등 인위적으로 형질이 바뀐 곳에서 많이 발생한다. 지자체는 이런 지역을 점검해 취약 지역으로 추가 지정해야 할 것이다. 주민 대피와 관련한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도 필요하다. 경북도는 지난 13일부터 15일 오전까지 몇 차례 걸쳐 지자체장 중심의 산사태 상황 관리를 요구했고, 예천군은 15일 오전 1시 47분 '예천군 전 지역 산사태 경보, 유사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주민들에게 알렸다. 그러나 '권고' 수준의 문자는 재난을 막지 못했다. 지자체는 집중호우 예상 시점부터 산사태 우려 지역 주민에게 강하게 대피를 요구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맞는 새로운 재난 관리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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