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대구경북 수출은 올해 뚜렷한 증가세를 이어간다는 전망이 나왔다. 배터리와 IT 분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지'로 자리 잡아 가는 대구경북 산업현장이 반영된 평가다.
◆대구경북 수출 이끈 배터리 양극재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이하 무협 대경본부)가 18일 발표한 '2023년 대구경북 상반기 수출 평가 및 하반기 전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구 수출은 전년 대비 19.8% 증가한 60억달러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13.3% 증가한 121억달러로, 전년에 이어 사상 최대치의 수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 상반기 경북 수출은 전년 대비 3.2% 감소한 236억달러였으나, 연간으로는 1.3% 증가한 475억달러를 기록하며 증가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이는 2014년 이후 9년 만에 최대 실적이다. 상반기 전국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12.4%)했고, 연간 전망(-7.7%)도 저조한 가운데 대구경북 수출은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 대구 수출은 신산업과 전통산업 모두 좋은 흐름을 보였다.
전기차 산업 확대 수혜로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기타정밀화학원료)와 배터리 제조용 장비(화학기계) 수출 급증했다. 작황 악화에 대응하려 농업분야 투자가 확대돼 경작기계 수출도 성장하고 있다. PCB기판(인쇄회로)은 반도체 분야의 디리스킹(중국 위험 줄이기) 노력과 AI 산업 수혜가 겹쳐 수출 호조다.
대구 전통산업인 자동차부품도 국내 완성차 기업의 해외생산이 늘며 수출이 증가세를 보였다. 내연기관 부품의 전기차 전환이 늦다는 우려가 있으나, 지역 기업들은 꾸준한 사업 전환 노력을 하고 있다.
상반기 경북 수출 역시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기타정밀화학원료)가 두각을 나타냈다. 포항과 구미를 중심으로 관련 투자가 잇따르며 주력 산업으로 올라서는 모습이다. 휴대폰, 평판디스플레이, 반도체, 실리콘웨이퍼 등 IT 관련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카메라모듈 등 무선통신기기부품은 폭발적인 수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수요가 계속해서 확대되는 애플 제품군의 공급 체인에 지역기업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경북 전통산업인 철강 제품군도 전년도 태풍 피해를 극복하며 수출 증가를 이끌고 있다.
◆여전한 불확실성은 경계 대상
다만 무협 대경본부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하반기 지역 수출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공급망 불안과 첨예한 미중 관계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성장 동력으로 기대됐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 효과도 예상외로 제한적이란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극도로 부진한 스마트폰과 반도체 수요 회복도 중국 경제의 회복세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때문에 IMF 등 국제기구들은 세계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양상이다.
무협 대경본부는 대외 환경 변화에 대한 회복 탄력성을 갖추려면, 구조적 성장산업과 가격 탄력성이 낮은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적 성장산업이란 지속적인 성장이 담보돼 경기 영향이 제한적인 산업을 뜻한다. 지역에서는 대표적으로 배터리 소재·장비 산업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전기차 최대시장인 미국이 시행 중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대구경북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IRA의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면 우리나라처럼 미국의 FTA 체결국에서 주요 소재가 생산돼야 한다. 전기차 관련 생태계를 갖춘 대구경북이 최적의 생산지로 꼽히는 이유다. 최근 외국 기업이 잇따라 지역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격 탄력성이 낮아 대외 환경 급변에도 수요 감소가 제한적인 산업도 주목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케이팝, 영화, 드라마 등 같은 'K-문화 산업'은 가격이 높아져도 수요가 잘 꺾이지 않는 산업이다. 지역의 중소기업이 포진한 식품, 화장품 등 소비재는 K-문화의 세계적인 확산을 활용해 가격 탄력성을 낮추고 프리미엄 수혜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명진호 무협 대경본부 팀장은 "대구경북이 배터리와 IT 분야의 글로벌 소부장 기지로 거듭나고 있다"며 "전 세계 통상 환경과 환율 급등락,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풍에 강한 지역 수출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기업 투자 유치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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