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차바퀴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종자는 보이지 않습니다."
18일 오후 경북 예천군 회룡포 일대. 집중호우로 생사여부를 알 수 없는 실종자를 애타게 찾는 한 해병대원의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 옆에서는 굵은 비를 뚫고 '부웅~부웅~'하는 굉음을 내며 장갑차가 수색작업에 동행했다.
해병대원들은 연방 눈과 얼굴을 타고 흐르는 비를 훔치며, 강바닥을 훑었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실종자가 강물에 휩쓸렸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물은 폭우로 불어난 물과 진흙탕으로 온통 황색 투성이로 10㎝ 물길 앞도 가름이 안될 정도였다. 작은 단서라도 붙잡고자 물에 쓸려 떠내려 온 자동차 부품도 회수해 확인했고, 나무에 걸린 옷가지 등도 일일이 확인하며 실종자 수색 작업은 진행됐다.
수색에 어려움이 닥치자 해병대는 이날 회룡포 등 상감주막 일대에 상륙돌격장갑차(KAAV) 3대를 투입하고 하천 주변을 탐색했다. 일부 해병대 대원은 보트를 타고 수심과 유속을 확인하며 강 하류지역까지 수색 범위를 확대했다.

해병대 측은 "피해지역에서 3~5㎞ 떨어진 곳에서도 현장 잔해물이 발견되는 점을 미뤄보면 실종자가 물에 휩쓸려 하천을 따라 인근 강까지 떠내려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군 작전 장비 투입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소방대원들도 가늘고 긴 봉으로 바닥을 일일이 찔러가며 수색 작업을 이어나갔다.
현장에서 만난 한 수색대원은 "어제 잠시 비가 그치면서 진흙으로 변한 땅이 굳어 봉으로 바닥을 훑으며 확인하기가 어려웠는데 장맛비가 지속되면서 땅의 굳기가 멈춰 수색 상황이 그나마 낫다"고 했다.
이날 수색은 오전 5시부터 시작됐다.
해병대 1사단에 따르면 해병대는 이날 예천의 한천 일대에 475명, 석관천 일대에 388명, 내성천 하류에 43명을 투입해 실종자를 수색했다. 경진교에서 삼강교 구간 19㎞에는 드론 2대와 소형고무보트(IBS) 8척을 투입했고, 오후에는 회룡포 일대에 장갑차를 보내 하천 주변을 살폈다. 해병대 상륙기동헬기인 마린온도 필요할 경우 투입하기 위해 대기시켰다.
1사단은 수색과 별도로 은풍면 동사리와 송월리, 감천면 벌방리와 진평리에 350여 명과 제독차, 양수기, 급수차 등을 동원해 도로와 주택을 복구하고 토사를 제거하고 있다.

수색견들도 힘을 보탰다. 성인 남성도 벗어나기 어려운 진흙탕 속을 수색견들도 온몸이 푹 빠진 채 척척 헤쳐나갔다. 사흘째 수색작업이 이뤄지면서 대원과 수색견들도 지친듯한 표정이었지만 실종자를 찾는 눈빛만은 살아있는 듯했다.
한편, 이날 예천 일대 수색은 소방대원 500명, 해병대 800명, 경찰과 의용소방대 등 1천400여 명이 동원됐다. 현재 실종자 수색을 총괄하고 있는 경북소방본부는 수색 범위를 상주시 중동보까지 확대했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예천을 흐르는 한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용궁면 삼강주막에 이어 상주시 중동면 상주보까지 수색 범위를 확대했다"며 "실종자가 급류에 휩쓸려 강으로 표류했을 때 수색 기간은 더욱 길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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