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시중은행들의 사회 공헌 대통령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돈 잔치' '이자 장사' 등의 지적을 받아온 주요 시중은행들의 올해 상반기 사회 공헌 지원 금액이 지난해보다 10% 넘게 늘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올 상반기 사회 공헌 지원 금액은 5천315억3천만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2.4% 증가했다.

역대급 성과급 잔치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시중은행이 올 상반기 사회 공헌 지원 금액을 소폭 늘린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들 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3조 원을 넘은 것을 감안하면 사회 공헌 지원 금액은 쥐꼬리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이 8천595억 원에 달한 우리은행의 상반기 사회 공헌 지원 금액은 635억8천만 원에 불과했다.

5대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금리 인하 요구권 수용률이 NH농협을 제외하고 모두 작년 하반기보다 낮아진 것도 문제다. 금리 인하 요구권은 금융 소비자가 취직·승진·소득 증가 등을 근거로 금리를 낮춰 달라고 은행에 요청할 수 있는 권리로, 수용률은 전체 요구(신청) 건수 대비 받아들여진 건수의 비율을 뜻한다. 은행들은 적극적 홍보 등을 통해 금리 인하 요구권 행사를 독려한 결과 인하 조건에 맞지 않는 경우를 포함한 신청 건수가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용률이 하락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NH농협 수용률이 12%포인트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 고통이 큰 만큼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했다. 시중은행들이 사회 공헌에 전향적 자세로 돌아선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대통령이나 국민이 기대하는 수준에는 못 미친다.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거둔 수익으로 고액의 성과급이나 퇴직 위로금을 주면서도 서민 금융 지원 등 사회 공헌에는 여전히 인색해서다. 고금리로 국민 고통이 가중하는 현실을 시중은행들이 인식해 공익 차원에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 적극 앞장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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