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사과학자가 사라진다…"기초의학 의사 양성 시스템 마련해야"

경북대 의대 2024학년도부터 '의사과학자 MDS 과정' 운영
의학계 "의대생 대부분 임상의사 지원…의전원 체제도 효과 못봐"
"인턴·레지던트 같은 기초의학 의사 양성 체제 마련해야"

병원 의료진.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연합뉴스
병원 의료진.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연합뉴스

의사면허를 갖고 있으면서 의학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은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자 2024학년도부터 전국에서 유일하게 신입생 중 5% 이내로 '의사과학자 MDS(Medical Doctor Scientist) 과정'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학부 때부터 기초의학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각종 지원을 통해 의사과학자 양성 체제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기초의학에는 미생물학, 생리학, 면역학 등의 분야가 있다. 임상의학은 물론 제약, 바이오산업 발전의 기반이 돼 중요성이 높다.

하지만 의학계에선 대부분 의대생들이 임상의사를 지원해 사실상 국내 의사과학자의 명맥이 끊겼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구 한 의대 기초의학 교수는 "의대 신입생 시절에는 기초의학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이 더러 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진로가 불투명한 것을 알고 거의 모두 임상의사를 지망한다"며 "반드시 임상의사를 해야 한다는 부모님의 강권 때문에 기초의학의 길을 포기하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의학전문대학원 도입을 계기로 의학계에선 의사과학자가 늘 것이란 기대감이 일었지만 효과는 없었다.

대구 한 의대 교수 출신 개원의는 "자연대, 공대 등 다양한 학부 출신 학생들이 기초의학을 지망할 것이란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었다"며 "의전원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나이가 조금 있는 편이다 보니 더욱 진로가 안정적이고 확실한 임상의사를 선호했다"고 떠올렸다.

이렇듯 기초의학을 지망하는 의사가 사라지면서 의학계에선 머지않아 의사 출신 기초의학 교수를 찾아보기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의대교수 출신 의사 A씨는 "실제로 어떤 의대는 기초의학 교수진 중 의사 비중이 절반도 안 되며, 자연대 출신 등 비의사 교수들로 채워져 있다"며 "연구 부담감, 수입 등을 이유로 예전보다 의대 교수를 지망하는 의대생을 찾기 어려워진 상황도 한 몫한다"고 말했다.

의사과학자들의 진로를 보장하는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A씨는 "인턴·레지던트 과정으로 임상의사를 양성하듯, 기초의학을 공부하는 의사를 위한 양성·교육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교수, 연구소 취업 등 진로가 보장돼 있다면 기초의학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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